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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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매듭

2007-03-1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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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주전 일요일 스웨덴의 헨릭 스텐손과 호주의 제프 오길비의 골프 매치 플레이를 보면서 스포츠도 예술에 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그들의 리드미컬한 몸동작, 정교한 손놀림, 프로다운 얼굴표정 관리, 신사도를 지키는 서로의 예의, 거기에 아름다운 그린 필드가 더욱 더 아름다움을 부추겨주었다. 게다가 프로로서 알맞은 나이에 훤칠한 키에 아름다운 외모에 그 어느 것 하나 흠잡을 수 없어 TV로 경기를 보며 일요일 하루 훈훈한 감동을 느꼈다.
그들은 피 나는 노력의 대가로 그 아름다운 경지에까지 도달했을 것이고, 그래서 어떤 처절한 역경이 닥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그만큼 더 아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를 보던 중 문득 최근 자주 뉴스에 나와 충격을 주던 한국 연예인 자살 사건이 떠올랐다. 젊고 아름다운 연예인들이 얼마 전에도 두 명이나 자살을 했다.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너무 한순간에 스타가 되고 한순간에 뒷전으로 밀려나는 연예계 풍토 때문일 것으로 추측이 된다. 어느 날 길을 가다 어느 PD의 눈에 띄어 발탁이 되면 한순간에 스타가 되는 일이 많다고 한다.
스타들이 인기 절정일 때는 세상이 온통 핑크 빛이었다가 한 순간 벼랑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상황을 이기지 못해 자살에까지 이르는 것 같다. 이런 성공은 한 순간의 행운이지 피와 땀을 동반한 노력의 대가는 아니다. 장기간 노력을 하며 실력을 쌓아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간다면 그리 가볍게 삶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느 후배로부터 들은 이야기이다. 한 순간도 헤어져 살아 본적 없고, 서로 사랑한다고 믿으며 60평생을 순탄하게 살아온 부부에게 뒤늦게 문제가 생겼다. 이 부부의 잔잔한 호수에 돌이 던져진 것이다. 남편에게 첫 사랑의 여자가 다가왔다. 황혼에 접어든 이들은 두말할 여지없이 사랑에 빠지고만 것이다.
착실했고 성실했던 남편. 누구도 그 부부가 이런 암벽에 부딪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러나 이 부부는 어쩔 수 없이 이혼이 운명이라는 결론에 빠져들고 말았다. 자존심이 유난히 강했던 그 아내. 남모르는 결심을 했다. 예정돼 있던 막내아들 결혼식 치르고, 가지고 있던 패물을 큰아들 하나, 막내 하나 나누어주고, 조금 있던 현금은 사회봉사 단체에 기부하고, 남편의 이혼요구를 죽음으로 응징한 것이었다.
그의 자살소식을 듣고 많은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왜 죽어, 바보같이. 조금만 참지.” 장례식 날 그 남편이 제일 많이 슬퍼하며 울었다고 한다. 그에 대해 말도 많았지만 그 남편의 눈물은 그 순간만큼은 진실이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젊어서 역경과 고난을 헤치며 살았다면 그녀가 그런 황당한 죽음으로 자존심을 지키려하진 않았을 것 같다. 피 땀 흘린 노력으로 이어온 삶이라면 이제껏 자기가 걸어온, 적어도 투자한 자기의 인생이 아까워 그리 가슴 아픈 매듭을 짓지는 않았으리라.

에바 오 /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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