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환경사랑은 작은 실천부터

2007-03-1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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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나의 조국을 생각하면 가슴 한켠이 뭉클해지면서 풍겨오는 아련한 향수가 있다. 내가 어릴 적 산을 사랑하시던 아버지의 손을 꼭 붙잡고 뒷산에 오르면 울창하게 우거진 푸르른 나무들이 오솔바람에 나부끼며 반겨주었다.
산 정상에 오르면 온 몸이 가벼운 희열감에 싸이고 이마와 등줄기엔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힌다. 산에서 만난 사람들과 정다운 인사를 나누고 난 후 차갑게 흐르는 계곡물에 세수를 하면 몸과 정신이 칼날처럼 날카롭게 정돈된다. 마지막으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산에서 나오는 약수물을 마시면, 목을 타고 온 몸으로 퍼지는 맑은 물이 정말 약이 되어 노폐물과 독소를 제거해 주는 느낌마저 들었다.
이렇게 인간에게 많은 것을 주는 산에게 되돌려 줄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와 산을 오르고 내리는 길에 눈에 띄는 쓰레기를 주워 자연이 훼손되지 않도록 아끼는 마음 뿐이었다. 언젠가 아버지께선 “이 물도 돈을 주고 사 먹어야 될 것”이란 말씀을 하셨고 “산에만 오면 이렇게 시원하고, 맑은 물이 콸콸 쏟아지는데 왜 굳이 돈을 주고 물을 사서 마실까”란 의구심이 들었다. 그리고 머지 않아 아버지 말씀은 현실이 됐다.
살아있는 자연의 물과는 비교할 수 없는 물이 예쁘게 포장된 플라스틱 병에 담겨져 판매되기 시작했다. 이젠 물 장사도 경쟁이라 병든 물을 깨끗하게 치유하는데 투자하기 보다는 소비자들로부터 벌어 들인 돈을 값비싼 모델과 광고, 겉포장에 물 쓰듯 사용하는 것 같다.
의사로부터 들은 얘기다. 한 한인가족이 머리 숱이 갈수록 적어지고, 탄력이 없어지면서 몸이 허약해졌다며 병원을 찾아왔다. 의사진단 중 그 가족이 모 회사의 증류된 물만 먹는다는 진술이 나왔고, 그 물에는 미네랄이 없다는 판단 아래 천연 미네랄과 비타민을 처방했더니 온 가족의 머리가 다시 검고 윤기있게 나고 몸에 활력이 돌아오더라는 것이다.
어떤 방송을 보니 뜨거워진 플라스틱 용기에서는 유해 환경 호르몬이 나와 사람을 아프게 한다는 는 것이다. 더 빠르고 간편한 것만을 추구하는 첨단시대에 일회용 플라스틱 컵과 용기에 인간이 이 오히려 덜미를 잡힌 것이다.
그러면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어떤 거창한 캠페인이 아닌 생활속 속의 작은 실천이라 생각한다. 매일 아침 출근길에 없어서는 안 될 커피를 일회용 플라스틱 컵보보다는 개인 보온 컵 등을 휴대하며 애용하는 것. 혹 이것을 사용했을 경우에는 병, 플라스틱, 그 그리고 캔 종류와 같이 재활용 가능한 것은 분리 수거해서 버릴 때 지구에게 작은 숨통을 틔어주고, 내 자신을 칭찬해 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 또한 생기지 않을까 싶다.
회색 하늘 아래서 정제된 공기를 사서 마셔야 할지도 모를 후세대의 미래를. 벌거벗은 산에 올라야 하고 사랑하는 연인들이 더 이상 밤 하늘을 바라보며 별을 셀 수 없게 될지도 모를 악몽과 같은 내일을 우린 지금부터 막기 시작해야 한다. 오늘의 작은 노력이 자연과 후세대들에게 웃음과 건강을 선사 할 수 있다는 희망과 함께.

<류명은> 아스토 갤러리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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