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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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성과 대중성 갖춘 작품들

2007-03-0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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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전경린외 지음·문학사상 펴냄

한국에는 유난히도 문학상이 많다. 상을 통해서 검증해주고 주목해주지 않으면 잘 읽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기도 하다. 요즘 같이 오디오 비디오가 총망라되어 현란함의 극치를 달리는 시대에 텍스트에 코를 처박고 진지하게 작품을 읽을 수 있는 ‘의인’이 점점 고갈되어가는 시대이니 말이다. 이상문학상 작품집은 한 해 동안 주요 문예지에 발표된 중ㆍ단편소설 중, 가장 주목받은 작품을 엄선해 수록해 매해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올해의 이상문학상 작품집은 대상수상작인 전경린의 ‘천사는 여기 머문다’외 7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전경린의 작품은 일관되게 ‘불행과 고통과 상처 속에서 얼굴을 내미는, 피투성이 천사. 뜨겁고 불온한 열정으로부터 벗어나 평온과 고요를 꿈꾸는 여성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짧지만 압축된 서사구조 속에서도 시어를 방불케 하는 빛나는 묘사는 차고 넘쳐 황홀할 정도이다. 한번 읽고 말기에는 너무 아까워 두고 두고 반복해 읽으면 좋을 만큼 값진 표현이 많고 길이도 짧아 부담이 없다. ‘천사는 여기 머문다’를 읽으면서 사랑하지만 그 방법과 표현이 잘못되어 고통당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 빔 벤더스 감독의 ‘파리, 텍사스’라는 영화가 떠오른다.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은 언제나 그렇듯 수준 높은 문학성을 보장하지만 올해는 대중성까지 더해졌다. 한국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한국소설이 재미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도 이번 작품은 만족감을 줄 것이라 확신한다.

<이형열> 알라딘유에스(AladdinUS.com)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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