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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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명화 ‘자전거 도둑’

2007-02-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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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상황속 인간의 조건 재조명
네오 리얼리즘 영화의 최고 걸작

전후 이탈리아에서 태동한 네오 리얼리즘 영화의 최고 걸작으로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이 만든 1947년산 흑백. 극단 상황 속의 인간조건을 연민의 눈으로 솔직하게 들여다본 심금을 울리는 명화로 온정과 유머와 우수와 인간성이 가득히 배어 있다.
2차대전 후 로마의 실직자 리치는 섹시스타 리타 헤이워드의 포스터를 벽에 붙이는 일을 얻는다. 근무에 필수품인 자전거를 아내 마리아가 침대시트를 판 돈으로 산 리치는 근무 첫날 자전거를 도둑맞는다. 이때부터 리치는 어린 아들 브루노와 함께 자전거를 찾으려고 하루 종일 로마 시내를 뒤지고 다닌다.
평범한 서민의 살아보려고 애쓰는 모습과 좌절감과 함께 자전거 시장, 만원버스, 사창가, 달동네 등 전후 로마의 모습과 가난한 소시민들의 일상생활이 기록영화처럼 생생하게 묘사되었다. 그리고 데 시카 감독은 서민의 고통을 나 몰라라 하는 경찰과 교회를 비판하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좌절감에 시달리던 리치가 아들이 보는 앞에서 남의 자전거를 훔쳐 타고 달아나다가 자전거 주인에게 붙잡히나 주인은 리치의 딱한 모습을 보고 그를 놓아주는 장면 등 가슴을 찡하게 만드는 장면들이 많다.
물질적으로 빈곤하나 단순한 영혼을 지닌 인간이 뜻하지 않은 불운을 맞아 선과 악의 본성과 접촉하면서 겪게 되는 도덕적 이야기를 간단명료하게 풀어내고 있는데 설교조도 아니요 또 감상적이지도 않다. 인간의 약함과 잘못 그리고 용서를 단순한 내용 속에 정직하고 소박하게 이야기한 영화로 인간영혼에 대한 맑고 아름다운 탐구이자 인간 선행을 찬양하는 인간승리의 드라마이기도 하다. 다 떨어진 옷을 입은 리치(람베르토 마지오라니)가 브루노의 손을 꼭 잡고 군중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라스트 신이 눈시울을 적시게 만든다.
데 시카는 비배우들을 썼는데 특히 아빠 뒤를 쫓아다니면서 연민의 눈으로 아빠를 바라보는 브루노역의 엔조 스타이올라의 얼굴 표정이 애처롭기 짝이 없다. DVD(40달러). Criter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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