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량한‘샌미구엘’에 강한 생명력 느껴
곰사냥 골짜기 전설담은
미션 샌루이스 오비스포
샌타바바라를 지나 중가주로 넘어오면 농업과 목축의 중심지인 샌호아킨 평원지대(San Joaquin Valley)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샌루이스 오비스포는 한가로운 농촌 풍경이 물씬 묻어나는 중부 캘리포니아 중심도시 중의 하나이다. 1772년 다섯 번째로 지어진 미션 샌루이스 오비스포는 21개의 미션에서 지리적으로 정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다운타운 한가운데 위치한 미션은 주위가 공원으로 둘러싸여 있어 아늑하면서 겸손한 느낌을 준다.
미션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맞아주는 것이 미션 앞 작은 분수 연못에 있는 커다란 곰 동상과 소녀의 동상이다. 이곳에 곰 동상이 있는 것은 아마도 예전에 이곳이 곰 골짜기로 불릴 만큼 많은 곰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짐작된다. 미션이 건립될 시대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종종 먹을 것이 없어 어려운 시기가 있었다. 그때 스페인 군인들은 식량이 부족한 주변의 미션에 고기를 공급해 주기 위해서 이곳에 찾아와 곰 사냥을 했다고 한다.
아늑한 미션의 예배당은 그야말로 소박하다. 그러나 예배당 내부는 마음을 사로잡을 만큼 예쁘다. 하얀 벽면에는 화려한 꽃무늬와 새가 어우러진 그림 장식이 되어 있어 담박한 실내를 따뜻한 느낌으로 채워주고 있다. 미션의 박물관은 인디언의 방과 스페인 정착민의 방으로 나뉘어 있다. 인디언의 방에는 주로 석기와 화살촉, 조개껍질이나 뼈로 만든 수공예품이 전시되어 있는데 놀라운 것은 돌을 둥글게 돌려 깎아 그 가운데 구멍을 내고 실을 꿰어서 만든 다양한 모양의 돌 목걸이다. 단단한 돌을 마치 나무 다루듯이 쉽게 만든 갖가지 모양의 돌 목걸이는 인디언들의 뛰어난 수공예 솜씨를 보여준다.
<101번 고속도로가에 호젓하게 서 있는 샌미구엘 미션의 종탑>
샌루이스 오비스포에서 101번 고속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황량한 평원에 조그만 시골 마을 샌미구엘이 나온다. 털끝만큼의 미동도 없는 그래서 그림 같은 첫 인상을 가진 마을이었다.
마을 뒤편으로는 황량한 누런색의 구릉지가 펼쳐져 있고 미션 앞 큰길 옆으로는 철길이 평행하게 나있다. 마을의 식당 테이블에 앉아서 점심을 먹고 있는 사람들의 투박한 웃음소리만이 마을의 정적을 깨워주는 유일한 소리였다.
고속도로를 빠져 마을로 들어서자마자 다섯 개의 종이 걸려 있는 미션 샌미구엘의 커다란 종탑이 모습을 드러낸다. 샌미구엘 미션은 도로가에 황량하고 노쇠한 모습으로 서 있다. 붉은 색을 띠어야 할 기와지붕은 이끼가 뒤덮고 있어 마치 녹색기와를 얹은 것처럼 보이며 미션 벽도 속살이 드러나 보일 정도로 매우 낡아있다.
군사기지 속 샌안토니오
허가증 있어야 방문 가능
미션의 뜰에는 제멋대로 자란 수풀과 선인장이 무성한데 사진을 찍어보면 굉장히 그럴듯하게 나온다. 지금껏 잘 가꾸어 놓은 미션의 뜰만 보다가 자연이 바람 부는 대로 무심하게 조성해 놓은 뜰을 보니 한동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신비감이 돌았다. 거친 자연미가 강한 생명력을 내재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왔다. 미션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허물어져 가는 성벽을 따라 걸으면 군데군데 고풍스런 아치형 목재 대문들이 나타나는데 마치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미션시대로 건너오라고 손짓하는 것만 같았다.
샌미구엘시에서 다음번 미션이 있는 샌안토니오시로 가는 길은 101번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와 비포장 국도로 가야 한다. 군데군데 소와 말을 키우는 목장이 있어 드라이브에 재미를 더해 주는 길이다. 미션 샌안토니오는 지금은 군사기지 안에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미션으로 들어가려면 검문소를 통과해야 한다. 미션 방문이라는 목적을 밝히고 운전면허증과 자동차 등록증을 보여주면 방문 허가증을 써준다.
<샌안토니오 미션의 남국적인 정원>
샌안토니오 미션은 당시‘왕의 길’이었던 101번 도로와 동떨어져 있다. 차로 갈 수 있는 오늘날에도 찾아가기가 그리 쉽지 않은데 미션시대 당시에 말을 타고 찾아가려면 더 힘들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 군사기지 안에 있어 일부러 꼭 찾는 사람 아니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곳이라서 그런지 일반 방문객의 수가 적은 미션이었다. 지리적으로 외진 곳에 위치한 탓에 미션이 세속화된 후에 심하게 약탈당했다고 한다.
미션은 거의 50여년간 버려진 상태로 있다가 1813년의 모습에 흡사하게 복구되었다. 현재의 샌안토니오 미션은 북가주의 미션 중에서 가장 크며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미션이다.
솔레대드는 스페인어로 ‘외로움’이라는 뜻이다. 1791년 13번째로 지어진 미션 솔레대드는 이름 그대로 쓸쓸한 미션이다. 미션에 이런 이름이 붙게 된 사연은 미션이 건립되기 전으로 올라간다. 처음 샌디에고만에 사령관으로 왔던 포톨라는 후안 크레스피 신부와 미션 건립 터를 찾아다니다가 이곳에서 하루 밤 야영하게 된다. 그때 마침 인디언들이 다가와 말을 건네는데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고 계속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데 그 소리가 ‘솔레대드’처럼 들렸다 한다. 그리고 문득 주변을 둘러보니 나무 한 그루 없는 땅에 아무 것도 보이는 게 없더란다. 그래서 이곳은 참 외로운 곳이로구나, 생각했다고 한다.
<찾는 이 없어 외로운 미션 솔레대드의 모습>
그런데 참 신기하다. 지금 이곳을 찾아가도 참 외로운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말이다.
물론 지금은 나무 하나 없는 평지는 아니다. 주변 평지는 광활한 경작지가 되어 있고 일부러 심어놓은 나무와 꽃도 있다. 그러나 미션 주변은 온통 평야로 가까이에 인가가 없다. 그리고 유난히 건조하고 바람이 거셌다. 미션 건립 당시에도 이렇게 바람이 많이 불었다고 하니 이 바람이 한순간만의 바람이 아니라 유구한 세월 한결 같이 이곳에서 먼저 살고 있었던 바람일 것이다.
이곳은 왕의 길에 인접한 곳이지만 이렇듯 사람들이 찾지 않는 외로운 미션으로 남아있다. 성공하지 못한 미션, 외로운 미션, 솔레대드 미션은 아직도 그 자리를 외롭게 지키고 있다. 언제나 그 품안에 많은 사람들을 품어볼 수 있을는지… 미션을 나서면서 모진 바람 때문에 제대로 작별인사도 못하고 온 것 같다.
<미션 샌루이스 오비스포의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수도사의 상>
샌루이스 오비스포 지역 4개 미션 주소 및 연락처
◇미션 샌루이스 오비스포(Mission San Luis Obispo de Tolosa) 751 Palm Street, San Luis Obispo, CA 93401 (805)781-8220
◇미션 샌미구엘 (Mission San Miguel Arcangel) 775 Mission Street, P.O. Box 69, San Miguel, CA 93451 (805)467-3256
◇미션 샌안토니오(Mission San Antonio de Padua) P.O. Box 803, Jolon, CA 93928 (831)385-4478
◇미션 솔레대드(Nuestra Senora de la Soledad) 36641 Fort Romie Road, P.O. Box 515, Soledad, CA 93960 (831)678-2586
글 :박진선(여행작가)·정영술(UCI 특별연구원)사진:박형주(사진작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