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랫만에 간 유럽

2007-02-2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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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오랫만에 이탈리아와 프랑스에 다녀왔다. 그 동안 비행기 값도 많이 오르고 단일 통화 유로를 쓴 이래로 어느 나라나 물가가 몇 배로 올라서 유럽 사람들의 불만이 큰 것은 물론 관광객들도 돈을 많이 쓰게 되었다.
그래도 공항과 기차역에는 겨울인데도 외국 여행 다니는 사람들과 자기 나라를 구경하려는 여행객들이 어디나 인산인해였다. 유럽 국가끼리는 더 많이 여행을 하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즐거웠던 것은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 같은 아름다운 언어들을 듣고 말하는 기쁨이었다. 소리와 억양이 음악적이어서 아주 신선한 자극을 주었다. 그들의 표현력이 발달하고 말과 몸짓까지 예쁜 것은 이 말들이 아름다워서인 것 같았다.
또 자동차가 아닌 기차를 매일 타고 여행하는 즐거움도 대단히 컸다. 대도시에서 잠을 자고 매일 거기서 기차로 몇 시간 내에 도착할 수 있는 소도시들을 구경 다녔는데 기차 창 밖으로 자연을 보며 달리고 옛날 도시들의 모습을 감상하는 것이며 역과 기차 안에서 다른 승객들과 같이 여행하고 몇 마디 말을 주고받는 것도 좋았다.
무엇보다 감탄스런 것은 그들이 가진 무한히 많은 문화재였다. 가는 곳마다 너무 많아서 일일이 보기도 힘들 정도의 건축과 조각과 그림 등 예술 작품의 보고 속에서 매일 최고의 아름다운 물건들만 보니 그 문화적 사치는 대단히 풍요로웠다. 한 가지 섭섭한 점은 옛날에 언제나 자유롭게 들어가 구경하던 성당들의 큰문들이 닫혀 있고 따로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도록 여기 저기 줄을 쳐 놓아 마음껏 모든 장소를 구경하기가 힘들어진 점이었다. 그전처럼 어디서나 환영을 받고 직업 관리인이 아닌 신부님들의 안내를 받고 무료로 구경하던 시절이 그리웠다.
그래도 기차, 버스, 시외버스 등 모든 대중교통이 이 문화재들을 볼 수 있게 연결되고 또 자연 발로 많이 걷게 되어 운동을 하게 되어 좋았으며 맛있게 갓 구운 빵과 각 지방의 햄 같은 음식을 맛보니 식욕이 더 불어났다. 한 마디로 훨씬 문화적, 정신적, 육체적 활동이 왕성한 여행을 하게 되어 모든 점에서 신선한 자극을 받았고, 관점이 다양한 그곳 신문과 잡지를 보고 외국 언론 매체와 인터넷을 더 많이 접해야 된다는 필요성을 깨달았다.
그리고 중세 도시들과 역에도 모두 컴퓨터와 모니터, 5개 국어로 작동되는 자동판매기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오래된 건물과 유적에도 현대적 난방 시설과 각종 편이 시설을 설치하여 매일 여전히 옛 고적들 안에서 잘 살고 있는 그들에게서 우리는 현대를 살아가는 지혜를 배운다.
또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 실력도 많이 쌓아 외국 관광객들이 누구에게 문의를 해도 거의 불편을 안 느끼며 의사소통을 하고 기차의 안내 방송이나 표지판도 2개 국어 이상으로 나오고 있었다. 우리도 부지런히 문화적으로 게으르지 않게 실력을 쌓아야 한다는 각성을 하게 된다.

이연행 불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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