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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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이외에는 무릎 꿇지 않는다

2007-02-1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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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여행 <이 철>

유대인의 저항정신 담고 있는 마사다 요새
960명이 눈물 흘리며 자결
열심당원의 처절한 최후

이스라엘군이 레바논으로 진격해 들어가거나 팔레스타인인들을 무자비하게 진압하는 장면을 TV 뉴스에서 보고 있노라면 “유대인들이 언제부터 저렇게 독한 사람들이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6일 전쟁 승리’의 기적도 마찬가지다. 당시 이스라엘은 건국 직후라 전쟁준비 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는데도 이집트, 요르단, 시리아와 동시에 싸워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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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들이 로마군에 끝까지 저항하다 전원 자결한 마사다 요새. 사해 근처에 있다>

전쟁의 승리는 병력수가 많고 장비가 우수하다고 얻어지는 영광이 아니다. 거기에는 왜 싸워야 하는가의 목적의식이 있어야 한다. 미국이 이라크 전쟁에서 허덕이는 것도 왜 싸워야 하는가의 정신무장이 희미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군이 정신무장면에서 세계 제일을 달리는 이유는‘마사다의 맹세’가 배경으로 깔려 있기 때문이다.
‘마사다의 맹세’란 무엇인가. AD 73년 마사다에서 유대인 960명이 로마군에 저항하여 싸우다가 패하자 전원 자결한 사건이다. 이는 유대인의 민족정신의 심벌이며 이스라엘의‘군인의 길’선서다. 간부후보생 임관식도 이곳 산 정상에서 열리며 전국 고교생들이 의무적으로 여기 와서 일정기간 캠프훈련을 한다. 이들은 졸업식에서 “마사다 로 오드파암!”이라고 외치는데 “마사다는 다시는 정복되지 않는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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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에서 본 마사다 요새 전경. (이스라엘 박물관 제공)>

마사다는 예루살렘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 사해 바로 옆에 있으며 높이 400미터의 절벽 위에 자리 잡은 천연의 요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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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케이블카(사진)로 올라간다.

AD 67년 티투스가 이끄는 로마군이 예루살렘을 공격 점령한 후 솔로몬 신전을 불사르자 유대인들의 통곡이 하늘을 찔렀다. 그러나 유대인의 애국자 엘리아잘 벤 야일이 이끄는 ‘열심당원’들은 마사다로 피난 와 로마군에 끝까지 저항했다. 마사다는 원래 유대 왕국의 헤롯왕이 유대인들의 반란을 두려워하여 피신처로 마사다 절벽에 성벽을 쌓고 궁전을 지은 요새다. 원래 헤롯은 유대인이 아니라 에도미테족 출신으로 로마의 힘을 업고 유대국의 왕이 되었기 때문에 항상 반란을 경계했다. 그러다가 헤롯이 죽자 마사다는 임자 없는 요새가 된 것을 유대인 열심당원들이 게릴라전 기지로 사용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명장 실바가 지휘하는 로마 제10군단의 맹렬한 공격을 받고 마사다가 함락위기에 이르자 벤 야일은 열심당원들을 모아놓고 역사에 남는 최후의 연설을 했다.
“형제들이여, 우리는 오직 하나님 앞에만 무릎을 꿇기로 맹세하지 않았는가. 이제 날이 밝으면 로마군은 총공격을 해 올 것이며 내일이면 우리는 로마의 노예가 될 것이네. 형제들이여! 우리의 아내가 욕을 당하기 전에, 우리 자식들의 어깨에 노예 문신이 새겨지기 전에 죽음으로 자유를 택하기로 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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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다에는 유대인 순례자들의 행렬이 끊어지지 않는다>


열심당원들은 집으로 돌아가 눈물을 흘리며 처자식을 칼로 찔러 숨지게 한 후 다시 모여 10명의 간부가 당원들의 목숨을 끊은 후 마지막에 남은 한 사람은 자결했다. 960명의 비장한 최후였다. 그런데 여기서 여자 2명과 어린이 5명이 숨어 있다가 목숨을 건져 후일 마사다의 최후의 날을 증언하게 된 것이다. 마사다의 장렬한 마지막은 예루살렘 전쟁에서 로마군에 투항한 유대인 장군 요세프스가 기록한 ‘유대인 역사’에 상세히 묘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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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 위에서 성지 보수작업을 하고 있는 이스라엘 작업반>

<이 철> 이 사
c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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