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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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극복한 여성 승리

2007-02-1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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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선택들>
칼리 피오리나 지음

낸시 펠로시가 하원의장이 되고 힐러리 클린턴의 대선 출마선언이 잇따르자 미국이 여자들의 ‘치마폭’에 싸일지도 모른다는 엄살이 여기저기 터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모두들 세상의 모든 어머니가 아버지들 못지않게 위대하다고 믿으며 내 딸이 다른 사람의 아들보다 못지않다는 사실을 굳게 믿는다면 여자와 남자의 차별 따위는 없어져야 하지 않을까?
‘칼리 피오리나, 힘든 선택들’을 읽으면 이런 생각이 힘을 받게 된다. 일하는 여자의 우상, 전 HP사의 CEO 칼리 피오리나는 법학이 싫어 학교를 자퇴하고 부동산 회사 직원으로 직장생활을 시작, MBA를 마치고 AT&T에 입사해 2년만에 관리자로 승진했다. 그녀는 단조로운 전화 받기, 타이핑하기, 고객 상대하기도 내일처럼 했던 것이 비즈니스 우먼으로서의 성공 가능성을 열어줬다고 회고한다.
그녀는 의미 없는 일에도 동기를 부여해 목표 의식을 고양시켰고 팀웍을 중시했다. 세일즈 부문에서 엔지니어링 부문으로 자리를 옮기고 몇 년 동안 초과 지불됐던 비용을 발견해 재정 허점을 메우는가 하면 정부 조달건과 관련해 기업비리를 파헤치고 거액을 수주 받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 이 과정에서 남자 동료들처럼 권위에 기대지도, 선처를 바라지도 않는 정직과 원칙주의가 그녀의 무기였다.
사실 일하는 여자였기에 그녀가 감당해야 했던 비화는 차라리 몰랐으면 싶을 정도로 처절하다. 여자이기 때문에 비즈니스 파트너에게 무시당하기 십상이었고 필요 이상으로 주목 받았으며 비난의 화살도 거셌다. 하지만 피오리나는 남들이 선호하는 직위보다는 기피대상이어도 도전해서 해낼 일이 많은 자리를 찾아 움직였고 거칠게 싸워야 할 때는 굽힘없이 한판 붙음으로써 카리스마를 발휘했다.
99년 그녀는 HP의 회장직을 제안 받고 재임시 87개 사업부문을 17개로 통합하는 대대적 구조개혁을 단행하고 2002년에는 전 세계 비즈니스계의 이목을 끈 컴팩 컴퓨터와 합병을 성사시켰다. 하지만 결국 구세력의 저항으로 회장직에서 해직 당하는데 이런 과정이 이 책에 생생히 기록되어 있다. 칼리 피오리나의 자서전인 이 책은 한 사람(여성)이 삶과 직면했던 도전을 어떻게 극복했는지에 대한 한편의 다큐멘터리라고도 할 수 있다.

<이형열> 알라딘유에스 대표 Aladdin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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