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조영란 (주부)

2007-02-06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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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 & 생각의 자유

얼마 전 우리집 두 꼬마들과 박물관으로 나들이를 갔다. 사실 3살, 5살짜리 아이들에게 박물관은 그리 재미있는 곳은 아닐진대 진정 나의 본심은 모처럼 난 시간에 문화생활을 좀 해볼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나 혼자도 아닌 아이 둘을 데리고 무슨 여유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내심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역시나 총 3층으로 구성된 박물관을 한층 한층 둘러보았을 때 나타난 아이들의 반응은 “엄마, 재미없다. 빨리 가자!”였다. 특별히 3층은 어느 두 화가의 미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아이들이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그림들이 많아서 아이들이 지루해 했던 것이 어쩜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그림에는 문외한이라 그냥 “와~ 멋지다” 라고밖엔 할 말이 없었다.


내 앞의 어떤 여자 분은 아주 고상하게 그러면서도 차분하게 그림 하나 하나를 유심히 살펴보면서 발걸음을 옮기는데, 난 아이 둘을 데리고 그냥 지나치기 뭐해 스쳐가듯 대충대충 그림들을 보니 그 그림의 깊은 뜻을 어찌 이해할 수 있으랴!
학창시절, 나에게 있어서 미술 시간은 그야말로 너무 지겨운 어쩌면 힘겨운 시간이었다. 다른 아이들처럼 쉽게 쉽게 뭔가를 그리지 못하는 것을 너무나 속상해 했고 그래서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들을 보며 무척이나 부러워했었다.

그래서인지 미술에 대한 나의 지식은 학교에서 배운 상식적인 지식조차도 모두 사라져버려 이제 와서 그림들을 감상하자니 그 그림들은 그저 내 고정관념 속에 자리잡고 있는 하나의 모양들에 지나지 않았다.
그림들을 보면서 이 화가가 ‘도대체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을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내 머리 속에서는 그 깊은 뜻을, 숨은 뜻을 이해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러다가 지나가면서 한 추상화를 보며 손목을 이끌고 투덜거리는 우리 큰 아이에게 질문을 던졌다. “지니야, 이 그림 멋지지 않니? 꼭 멋진 하늘에 시원한 바람이 부는 것 같다!” 그러자 딸아이가 내키지 않는 그림을 힐끗 보면서 말한다. “아니야, 엄마! 이건 파도가 춤을 추고 있는 거야!” 그 말에 당황한 나는 다시 한번 고개를 돌려 그림을 보았다. “어~ 정말 그렇게도 보이네. 파도가 춤을 추는 모습처럼 보이는구나”.

순간 나의 머리 속에서는 이 그림을 보는 눈이 달라져있음을 느꼈다. 정작 화가 자신이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내가 생각한 그림과 아이가 본 그림은 서로 달랐다. 어쩌면 화가는 4차원적인 생각으로 그 의미를 표현하고자 했으나 나나 우리 아이는 1, 2차원적인 사고로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화가의 의도를 알 수 있는 설명이라도 읽었다면 좀 더 가깝게 화가의 생각과 나의 생각을 맞춰보았을 텐데 생각하는 자 맘대로 그림을 해석해 버리게 되었다.

그렇지만 난 그 안에서 자유로움을 느꼈다. 틀에 박힌, 어쩌면 우리의 고정관념 안에서 푯말에 쓰여진 작가의 의도대로 생각해야만 했다면 난 그림들을 보기가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표현하는 자가 자유롭게 그림을 그렸듯이, 그 그림을 보며 생각하는 나 역시 자유롭게 그림을 볼 수 있어서 짧은 시간이었지만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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