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개가 주는 사랑과 기쁨

2007-02-0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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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와 나
존 그로건 지음

‘말리와 나’는 신문사에서 컬럼니스트로 일하는 저자와 그의 가족 그리고 못 말리는 개 ‘말리’의 동고동락을 감동적으로 기록한 작은 이야기이다. 미국 생활을 하면서 애완동물 기르기는 적어도 전공필수는 아니지만 전공선택쯤은 될 것이다. 따라서 개 한마리 키워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테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이런 경험을 해보는 것은 아니리라.
정상에서 조금 모자라는 지능을 가졌지만, 힘과 열정이 넘치는 주체하기 어려운 개 ‘말리’와 이 개에 대한 ‘그로건’ 가족의 사랑은 예사롭지가 않다. 우리는 말리의 말썽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그를 믿고 사랑하는 그로건 가족에게서 조건 없는 사랑을 느끼게 된다.
말리 역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녀석의 신바람만큼이나 사랑과 충성심에도 한계가 없었다. 첫 임신, 유산, 강도의 위협 때에도 곁을 지켜준 건 말리였다. 촬영장을 아수라장을 만들면서도 영화에 출연하여 주인 가족을 으쓱하게 만들어 준 것도 말리였고, 늙어 귀가 멀고 다리를 절어도 언제나처럼 주인 옆에 있고자 수없이 굴러도 계단을 기어오르 내린 말리였다. 때문에 저자는 말리가 망가뜨린 것들의 비용을 합치면 요트라도 사겠지만 문간에서 하루 종일 주인을 기다리고, 주인 무릎을 오르고, 얼굴을 핥고, 함께 터보건을 타고 언덕 내리막을 내달릴 수 있는 말리와는 바꿀 수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컬럼니스트 답게 쉽고 재미있는 문체로 말리와의 처음 만남부터 이 개가 늙어서 죽기까지의 이야기를 기술하고 있는데 읽다보면 너무 우스워서 낄낄거리다가 감동적인 장면을 만나면 콧날이 시큰해지기도 하고, 지능이 약간 모자라는 개를 키우면서 인생과 가족 그리고 관계에 대해서 많은 교훈을 끄집어 내는 작가의 얘기솜씨에 놀라게 된다.

이형열
알라딘유에스 대표
www.aladdin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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