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의 테마여행 ‘로마는 위대했다’
2007-01-30 (화)
이철의 테마여행
<로마는 위대했다”실감>
기독교 성지로 탈바꿈한 에페수스
이웃 이즈밀항은 덕분에 터키의 새로운 관광 붐타운으로 등장
터키 지도를 보면 에게해 쪽에 이즈밀이라는 항구가 있다. 이 항구 남쪽에 메리에마나라는 마을이 있는데 차를 타고 30분 정도 산 정상에 오르면 성모 마리아가 여생을 보냈다는 ‘마리아의 집’이 나타난다. 기독교인들이 얼마나 몰려드는지 터키 정부는 마리아의 집을 보호하기 위해 소수의 경비병력(사진)까지 배치하고 있다.
예수는 자신의 신변에 급한 상황이 생길 경우 제자 요한에게 어머니 마리아를 돌봐 달라고 평소 부탁했었다고 한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고 그를 따르는 신도들에 대한 로마의 탄압이 심해지자 요한은 마리아와 함께 기후 좋은 이곳으로 와서 여생을 보낸 것으로 나타나 있다. ‘마리아의 집’ 앞에는 마리아가 사용했다는 우물이 있고 수많은 가톨릭 신자들의 기도문이 입구 벽에 꽂혀 있다.
<성모 마리아의 집 입구 벽에 나붙은 수많은 기도문들>
터키는 이슬람 국가지만 관광 수입은 주로 기독교인들로부터 벌어들인다. 왜냐하면 로마가 크리스천들을 탄압할 당시 소아시아 지역으로 피신해 신앙생활을 한 기독교인이 많았고 그 후 비잔틴 제국이 건국되자 기독교 비잔틴 문화가 이곳에서 꽃을 피웠기 때문이다. 터키에서 기독교 유적이 가장 많은 곳이 에페수스를 중심으로 한 이즈밀, 쿠사다시 지방이다.
로마시대 기록을 보면 인구 40만의 에페수스는 로마 다음으로 번창했던 것으로 나타나 있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어마어마한 규모의 아르테미스 신전도 에페수스에 있었고 (지금은 기둥만 남아 있다) 베드로 성당을 연상케 하는 성 요한 교회도 이 근처에 건축되었었다. 비잔틴 왕조는 성 요한 교회를 이교도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외곽에 성채를 별도로 쌓고 군인들을 주둔시켰을 정도였다.
<사도 바울이 설교를 하다 이교도들로부터 돌팔매를 당한 야외극장>
에페수스는 희랍어로 ‘어머니 여신’이라는 뜻이며 알렉산더 대왕이 소아시아를 정복하자 그의 참모인 리시마터스라는 장군이 건설한 도시다. 시나노 나나미가 쓴 베스트셀러 ‘로마인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리디아 왕국이 바로 에페수스 지역을 의미한다. 그리고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를 지은 그리스의 위대한 시인 호머가 태어난 곳도 에페수스의 이웃인 이즈밀이다.신약성경을 집대성한 사도 바울이 전도활동을 한 지역도 바로 에페수스다. 그는 이곳 아고라 노천극장에서 “하느님은 인간이 만든 집에 있지 않고 모든 곳에 있다”고 외치다가 아르테미스 신전 건축에 종사하는 다신교 신도들로부터 돌팔매를 당해 얼마동안은 피신해 있었다고 한다.
현재 남아있는 에페수스의 대표적인 유적물은 ‘에페수스 도서관’이다. AD 135년 로마의 현지 파견 총독 율리우스 아킬라가 원로원 의원이었던 그의 아버지 셀수스를 기리기 위해 세운 높이 16미터의 이 도서관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할 정도로 아름답다. 로마시대에 이런 도서관이 있었다니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로마가 망하고 비잔틴 기독교 문화가 퇴조함에 따라 에페수스라는 도시는 이슬람 문화에 밀려 그 후 폐허로 변해버렸다. 에페수스는 헬레네 문명과 기독교 문명이 아랍 세계에 남긴 가장 화려한 유적지 중 하나다.
<성모 마리아 유적지에 줄이어 있는 기념품 가게들>
<사학자들이 재현해 보인 당시의 성 요한 교회모형도>
<이 철> 이 사
clee@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