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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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코 엄마의 효심

2007-01-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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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어머니를 택시 태워 LA에 보내 드리고 오는 길이야”
어디 다녀오느냐는 아내의 질문에 이웃집 티코 엄마가 하는 대답이다. 티코는 그의 개 이름이다.
티코 엄마는 직장 일에 가정 일에 바쁜 몸인데도 매주 두세 번씩 LA에 사는 어머니를 방문하곤 했다. 변비로 고생하는 어머니 관장도 해주고, 사우나에 모시고 가고, 시장도 보아 주었다. 옆에서 보면 그런 효녀가 없다.
같은 LA에 아들과 며느리가 살고 있어도 할머니는 이곳 가든그로브에 사는 티코 엄마만 찾으니, 피곤하고 짜증이 날 만도 한데도 그는 항상 웃는 얼굴이다.
그러던 차에 이곳 노인 아파트에 방이 나서 할머니가 얼마 전 이사를 왔다. 그런데 문제는 LA서 살 때 교제했던 남자 친구분과의 생이별이다. 할머니의 이사로 두 분이 ‘견우와 직녀’가 된 것이다.
사실 처음에는 우리 부부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어떻게 90세 가까운 할머니와 3세 연하의 할아버지가 오랫동안 남녀 친구로 지내올 수 있었을까? 그 나이에도 이성에 대한 그리움이 존재할까?
솔직히 조금 망측스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노모의 이러한 관계를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응원해주는 티코 엄마의 효심을 이해하기가 조금 거북하기도 했다.
그러나 과부 사정은 과부가 아는 것일까. 혼자서 두 자녀를 훌륭하게 키운 티코 엄마의 고독하고 외로웠던 인생의 역정이 어머니의 마지막 사랑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배려했던 것이다.
그래서 티코 엄마는 가끔씩 어머니에게 고기반찬과 함께 왕복 택시비 100달러를 드리며 LA의 남자 친구분을 만나고 오도록 하는 것이다.
과연 이런 때 보면 딸이 아들보다 얼마나 이해심이 많고 섬세한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세월은 얼굴을 주름지게 하고 열정이 없으면 영혼이 주름진다”는 말이 있듯이 항상 열정을 지니고 사시는 “티코 할머니 만세!!”다.
그리고 하루 빨리 티코 엄마도 멋있는 왕자님을 만나길 바란다.

김학곤
가든그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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