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이나 명절 이외에도 가족과 친지들이 모이는 자리는 일년 열두달 수시로 찾아온다. 가까운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하여 맛있는 음식을 나누고 함께 시간 보내는 것처럼 유쾌한 일도 흔치 않은 법. 그런 기분 좋은 자리를 더욱 재미있고 멋지게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테마 파티’다.
일반적으로 한 가지 주제를 정해서 그에 맞는 장식, 음식, 음료, 음악, 또는 놀거리를 준비하는 손님맞이를 가리키는데, 주로 큰 잔치 때나 아이들 생일에 주로 하던 것을 요즘은 규모가 작고 간단한 자리에도 특정 테마를 정하여 좀 더 특별하고 이색적인 모임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과거 테마파티를 보면 게임, 음악, 의상 등에 초점을 맞추어 디스코 파티, 보드게임 파티, 칵테일 파티 등이 유행했던 데에 비해 최근 추세는 개인적인 만족과 충만함을 추구하는 의미에서, 자신에게 관대하게 삶을 즐긴다는 뜻을 내포하는 인덜전스(indulgence), 또는 팸퍼링(pampering)의 개념이 강조되는 파티가 각광 받고 있다.
야외활동을 하기에는 다소 쌀쌀하고 움츠러드는 겨울의 주말. 마음 맞는 사람 몇몇을 초대해서 자신의 취미활동이나 관심 분야를 부각시키는 테마 파티로 색다른 손님 초대를 시도해보면 어떨까.
때로는 쌉쌀하게, 때로는 달콤하게, 혀끝에 감기는 와인의 매력. 도도한 듯, 부드러운 듯 감미롭게 녹아드는 초컬릿의 유혹. 그리고 몸과 마음을 정제하면서 휴식을 취하게 만들어 주는 스파의 여유 등 최근 가장 유행하는 세 가지의 다른 테마 파티를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와인 테이스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음식. 요즘에는 개인 취향에 따라 어떤 음식에 어떤 와인을 곁들여도 무난하게 간주된다>
따뜻한 이벤트로 포근한 사랑 전해요
코코아 함유량 낮은 것부터 시작
세미스위트, 다크 순으로 서브를
초컬릿 테이스팅 파티
<코코아 함유량이 80퍼센트 이상 되는 다크 초컬릿은 거의 단맛을 느낄 수 없을 만큼 씁쓸하고 진한 맛이다>
예전부터 있던 컨셉이지만, 일반 가정에서 캐주얼하게 손님맞이 테마로 쓰이게 된 것은 커피 음료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 받으면서 기호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최근이라고 볼 수 있다. 와인이나 커피와 곁들여서 서브하는 다양한 맛과 향의 초컬릿, 혹은 초컬릿 자체만으로 달콤한 초컬릿 드링크, 그리고 각종 초컬릿으로 만든 케익, 파이 등의 디저트를 조금씩 천천히 맛보는 재미가 의외로 신선한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초컬릿의 맛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는 카카오 열매, 또는 씨에서 추출한 코코아의 비율. 밀크 초컬릿의 경우 코코아 함유량이 30~40퍼센트인데 비해, 쓴 맛이 강한 다크 초컬릿에는 65~80퍼센트, 최고 90퍼센트까지가 코코아로 만들어 진다.
초컬릿 테이스팅을 할 때는 코코아 함유량이 낮은 것부터 시작해서 서서히 진한 초컬릿으로 옮겨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밀크 초컬릿으로 시작해서 세미스위트(semisweet), 다크 순으로 서브한다. 이때, 밀크 초컬릿과 어울리는 맛은 캐러멜, 크림, 소다-파운틴 초컬릿 몰트, 브라운 슈거, 바닐라 등이 있고, 세미스위트 초컬릿은 보통 넛(nut) 종류나 캐러멜, 크림 등이 곁들여져 있는 편이다.
초컬릿 테이스팅의 피날레는 단연 다크 초컬릿인데, 코코아 함유량이 80퍼센트를 넘어서면 거의 단맛을 느낄 수 없으므로 70퍼센트 선에서 두 가지 정도 다른 제품을 고르고, 80퍼센트가 넘는 가장 쓰고 진한 맛은 한 가지 정도 맛보는 것이 무난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크 초컬릿을 가미한 케익이나 과자와 같은 디저트로 마무리 하면 쌉쌀한 끝 맛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된다.
<기호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최근 초컬릿 테이스팅 파티가 새로운 트렌드로 부각되고 있다. 자체만으로도 달콤한 초컬릿을 와인이나 커피와 곁들여 다양한 향과 맛을 트끼는 재미가 의외로 신선한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준비물: 와인, 하드 리커, 커피, 티, 기타 음료수와 초컬릿을 서브할 접시, 개인 접시, 또는 냅킨.
▲적당한 인원수: 5명 정도부터 초컬릿이 모자라지 않는 한도 내에서 무제한.
홈 스파(Home Spa) 파티
로브와 슬리퍼 준비… 안정된 실내분위기로
<홈 스파 파티 때는 소품을 잘 이용하여 최대한 스파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에게 한 턱 쓰는 기분으로 몸과 마음을 기쁘게 만들어주는 주제로는 으뜸가는 선택이다.
결혼을 앞둔 신부를 위한 브라이덜 샤워 때 많이 하는데, 평소에도 가족이나 가까운 여자 친구들이 모여서 스파 분위기를 누릴 수 있다. 다른 테마 파티에 비해 실내 장식이나 소품에 신경을 써야 한다.
먼저, 참석자 모두 로브(robe)와 슬리퍼를 준비하고, 촛불과 잔잔한 음악으로 안정된 실내 분위기를 만든다. 홈 스파 파티에는 세 개의 방을 마련해야 하는데,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한군데서 조명과 소품을 교체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첫 번째 방은 웨이팅 룸. 손님들이 도착하면 주인은 로브와 슬리퍼 차림으로 맞이하고, 손님들이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방으로 안내한다. 준비가 끝나면, 스파 시설과 마찬가지로 제일 먼저 차를 대접하는데, 그 때 웨이팅 룸을 사용하게 된다.
조명은 낮게 유지하고 향이 있는 촛불이 많이 밝혀두는 것이 좋고,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음악은 필수. 그린티, 재스민, 캐모밀 등과 같이 부드럽고 해독작용이 있는 차를 조용히 마시는 것이 좋다.
그 다음 두번째 방인 페이셜 룸(facial room)으로 옮겨간다. 넓은 바닥에 깨끗한 담요나 푸탄을 깔고 흰 타월을 맨 위에 얹어, 그 위에 누울 수 있게 준비해 두는 것이 좋다.
직접 만든 과일 팩, 또는 페이셜 제품을 이용하여 서로 얼굴 마사지 및 팩을 해준다. 이 때, 담요에 나란히 누워 최대한 긴장을 풀고 휴식을 취한다.
<홈 스파 파티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는 초. 진한 향보다는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향이 있는 초에 꽃잎을 이용하여 멋을 부려보면 훨씬 스파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
만일 손님들이 절친한 사이라면 목욕탕에 라벤더와 같이 스파 향이 있는 버블이나 초를 준비하고 욕조에 꽃잎을 띄워 10~20분 정도 몸을 담글 수도 있다. 또한, 마사지를 원한다면 전문가를 고용하여 돌아가면서 30분에서 1시간 정도 마사지를 받아도 된다.
마지막 방은 밝은 조명 아래 테이블과 의자가 있는 매니큐어 룸. 준비된 용기에 손, 발을 담그고 본격적인 파자마 파티 분위기에 빠질 수 있는 시간이다. 또한 헤어 케어 상품이 발달된 요즘엔 손상된 머릿결을 회복시키는 헤어트리트먼트도 이 때 함께 할 수 있고, 손톱과 발톱이 마르는 동안 간단한 과일이나 간식을 즐기는 것도 아이디어.
매니큐어와 패디큐어가 끝나면 화장품을 늘어놓고 서로 메이크 오버를 시도하는 것도 재미있다. 각자 메이컵 케이스를 준비해 오면 다른 제품이나 색상 등을 서로 비교하면서 테스트해 볼 수도 있다.
홈 스파 파티 때 음식은 유기농 채소로 만든 샐러드, 핑거 샌드위치, 크래커와 치즈, 야채 스틱 등 건강식으로 간단히 준비하는 것이 좋다. 대신 초컬릿이나 달콤한 디저트로 마무리하면 가볍게 식사를 마쳐도 만족스러운 기분을 느끼게 된다.
<매니큐어와 패디큐어 때 손발을 담그는 용기에 꽃잎 서너 개를 띄우는 것만으로도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준비물: 초, 향초, 조용한 음악, 차, 손과 발을 담글 용기, 크고 작은 수건, 플라스틱 랩, 매니큐어 용품, 페이셜 팩, 최대한 얇은 수건이나 거즈, 오일, 로브, 슬리퍼, 화장품.
▲적당한 인원수: 3-4명.
와인 테이스팅 파티
<와인 테이스팅 파티 때는 너무 많은 종류의 와인이 있는 것보다 5-6병 정도가 적당하다>
와인-음식선택은 시음회 주제에 맞게
다양한 종류보다 개인 취향따라 준비
맥주와 감자칩이 주를 이루던 미국에 와인 문화가 발을 디딘 것은 1970년대 말. 화이트 와인으로 시작하여 80년대에 들어 차츰 레드 와인이 소개되었고, 이제는 와인이 디너 테이블이나 파티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요소로 정착했다.
최근 수년 사이 와인 소비량이 급증하면서 생겨난 추세는 와이너리 관광, 와인 시음회 및 설명회, 그리고 일반 가정에서 새로운 와인을 맛보면서 즐기는 와인 테이스팅 파티까지 생겨났다.
전문가를 고용해서 모든 준비 및 와인 선택을 맡기는 방법도 있지만, 편안히 즐기는 스타일을 추구한다면 손님 수를 10명 이내로 제한하여 개인, 또는 커플 당 와인 한 병씩 가져오게 해서 맛보는 편이 자연스럽다. 이 때, 와인에 대한 기초지식이 있는 사람 한두 명이 참석하면 도움이 된다.
와인 파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과 와인의 선택. 손님들과 미리 시음회의 주제를 정해서 그에 맞는 와인 종류를 고르고, 가격대를 결정한 뒤, 누가 무엇을 사올 것인지 상의하는 것이 좋다. 한 예로, 시라나 샤도네와 같은 특정 포도품종을 정해놓고, 그 포도로만 생산된 각국의 와인을 시음하는 것도 좋은 방법. 무작정 프랑스 와인, 이탈리아 와인 등으로 주제를 정하면 선택의 폭이 지나치게 넓어서 와인의 맛을 비교하거나 특징을 알기 어려워진다.
음식 또한 모일 사람들이 함께 논의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붉은 빛깔의 육류에는 레드 와인을, 흰 빛깔 육류와 생선에는 화이트 와인을 생각하지만, 워낙 다양한 음식 소재가 사용되는 요즘에는 개인 취향에 따라 어떤 음식에 어떤 와인을 곁들여도 무난하게 간주된다. 심하게 맵거나 짠 음식을 준비했더라도, 그에 적합하게 신맛이 많은 와인을 함께 내놓으면 나름대로 멋진 조화를 이룰 수 있으며, 달콤한 디저트 와인도 식후 반잔 정도 음미해 보면 그 독특한 향과 혀에 감기는 맛을 좋아하게 될 수 있다. 따라서 와인과 음식 모두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함께 모이는 사람들 서로의 취향을 고려하여 메뉴를 정하면, 어떤 요리라도 그 날 분위기에 잘 맞출 수 있을 것.
집에서 여는 와인 테이스팅 파티에는 일반 시음회와 달리 너무 많은 종류의 와인이 있는 것보다 5~6병 정도가 적당하다.
한 병씩 열어서 참석자 모두가 2~3온스 정도 양을 맛볼 수 있게 서브하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그 와인의 배경과 느낌을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진행하면 된다.
일반적으로 레드 와인은 65도 정도 실내 온도에 맞추고, 와이트 와인은 52~57도의 셀러 온도나 차갑게 한 상태로 마시는 것이 최상이라고 하는데, 일반 냉장고에서 보관한 와인은 꺼낸 뒤 15~30분가량 기다려서 온도를 높인 다음 맛보는 것이 좋다.
▲준비물: 와인, 와인글래스, 와인 오프너, 와인에 곁들일 음식.
▲적당한 인원수: 8~10명.
고은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