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통역 도움을 받는 매너

2007-01-17 (수) 12:00:00
크게 작게

▶ 나의 제언

▶ 박태흠/MD

은퇴 후 전화 통역관으로 봉사하고 있다. 요새는 여러 단체들이 무료 전화통역 서비스를 해주기 때문에 한인들 특히 노인들이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통화량이 늘어나면서 부작용도 많아져, 한인들이 통역을 부탁할 때 지켜야 할 점들을 나누고 싶다.
첫째는 조리 있고 명확한 질문과 답변 태도이다. 간단한 미국인의 질문에 대해 한인들은 애매하거나, 복잡하고, 이중적인 답변을 해서 통역사나 상대방을 곤혹스럽게 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통역사들의 가장 큰 스트레스는 통역을 의뢰자의 앞뒤 맞지 않는 횡설수설에서 온다고 한다. 사전에 필요한 자료를 준비하고 요점을 기재하면 좋겠다.
둘째는 감정 조절이다. 영어를 하는 상대방은 기관이나 단체에서 일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다시 말해서 그 사람 개인을 보고 하는 대화가 아니다. 상대의 개인을 보고 분노의 감정이나 불편한 심정을 나타내다 보면 눈에 보이지 않게 스스로에게 손해를 초래하는 수가 많다.
물론 말이 통하지 않다가 한인 통역관이 중간에 있어 의사소통이 되니 화풀이성 이야기를 하는 심정을 같은 한인으로서 이해는 하지만, 뜬금없이 화풀이를 당하는 미국인은 황당할 수밖에 없다.
셋째 조금 아는 영어로 중요한 문제에 대해 직접 말하려고 시도하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병원 의사와의 민감한 대화, 법정에서의 대화, 자동차 사고 보고 등 중요하다고 생각될 때에는 통역관에게 일임하는 것이 좋다. 통역이 잘못되었다고 생각될 때는 일단 통역사에게 한국말로 먼저 하는 것이 좋다.
넷째 재확인을 위해 똑같은 말을 세 번, 네 번 계속 되풀이하는 것은 모두를 피곤하게 한다.
한인 통역관 대부분은 1.5세이며, 적은 보수를 받고도 한인을 돕는다는 사명감 하나로 봉사를 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수많은 나라에서 온 영어 미숙자들을 통역관을 통하여 접촉한다. 그들 앞에서 비록 영어는 부족하더라도 명확하고, 조리 있게, 절제된 감정과 여유를 갖고 대화하는 한인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젊은 통역봉사자들은 힘이 날 것이다.
박태흠/MD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