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하느님이 보고 싶어요”(I want to see God.)

2007-01-16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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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며 배우며

▶ 허현순/실버스프링, MD

안개가 자욱하던 며칠 전 아침 출근길이었다. 뒷좌석에 앉은 데레사가 문득 “난 하느님이 보고 싶어요. 언제 나는 하느님을 뵐 수 있지요?”하고 물었다. 아빠는 얼떨결에 “우리가 죽으면 하느님을 뵐 수 있지”했다.
그랬더니 “난 하느님은 뵙고 싶은 데 죽기는 무서워요”라고 말했다. “응, 우리가 죽지 않아도 기도를 열심히 하면 하느님을 만날 수 있지.” “그렇지만 하느님은 너무 멀리 계셔요. (He is far away)” “아니, 꼭 그런 것 아니야. 데레사, 지금 안개가 자욱하니까 저기 먼 곳에 있는 집은 확실하게 안보이지만 우리가 지나가는 이 옆집이나 나무는 잘 보이지? 그것처럼 하느님을 우리가 볼 수는 없지만 그 곳에 계시다는 것은 알 수 있지? 또 하느님은 그렇게 멀리 계시지 않아요. 우리가 아침에 기도하는 것처럼, 내 안에 계시는 하느님, 우리들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계시는 하느님, 나에 대해 말하는 사람의 입에, 나에 관한 말을 듣는 사람들의 귀에…, 기도문 생각나지? 하느님은 바로 데레사 마음속에 계시니까 얼마나 가깝게 계시니?” 했더니, “아, 그래서 우리가 기도를 열심히 해야 하는군요”라고 대답하는 데레사.
이렇게 하느님을 보고 싶어하는 데레사는 네 살이다. 우리도 데레사 처럼 단순하게 하느님을 받아들일 수 없을까?
허현순/실버스프링,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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