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주부)
눈에 조난당한 사람들을 찾는 비용을 그 가족에게 부담시키자는 오리건주 일부 주민들의 의견을 본 적이 있다. 무리한 이야기다. 도둑이 들까 무서워 집을 팔고 호텔에서 사는 사람도 없고, 방범비가 아까워 사업장을 폐쇄하는 사람도 없다. 그러나 구조 비용을 가족이 부담해야 한다면, 결국 산과 바다는 경제력이 없는 사람에게서 점점 멀어지게 된다. 만약의 경우를 생각해서 부모가 산과 바다에 아이들을 데려가지 않으면 아이들은 자라서도 산과 바다를 덜 찾게 된다. 나아가 구조 대상자와 가족의 경제 여건에 따라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의 구조 일정과 방법이 달라질 것이고, 사고가 많은 겨울이나 여름에는 구조대를 소수가 장악하는 일도 있을 수 있겠다.
9년 전에 눈 속에 묻힌 사람들이 있었다. 외환 위기로 온 나라가 시끄럽던 겨울, 달러를 아끼기 위해 남미로 가려던 계획을 수정하고 국내 겨울 등반을 갔던 대학교 산악부원 11명 중 9명이 눈에 묻혔다. 2명이 구조 요청을 하러 시간 간격을 두고 내려오는 동안 9명이 피해 있던 곳이 산사태로 무너진 눈더미에 덮혔다. 구조용 헬기도 조난당하고 눈은 더 쏟아지고 같은 지점에 일주일 뒤 한 번 더 산사태가 났다.
제발 살아있기를 바라며, 내가 잠시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그들이 끈을 놓아 버릴 것 같던 시간이었다. 결국 뉴스 화면으로 눈 위에 삽을 던지고 후배의 언 몸을 안으며 짐승처럼 울부짖던 선배를 보았다. 선배는 울면서 자꾸만 안으려고 하는데, 후배의 몸이 너무 얼어서 안아지지 않았다. 언 몸을 감싼 빨간색 겉옷이 유난히 눈밭에 선명했었다.
그는 정원이 열 명인 독어교육과의 1년 후배였다. 다른 후배는 같은 대학에 온 몇 안 되는 고등학교 후배였다. 대학병원 영안실에 들어갔을 때 젊다 못해 어린 영정 아홉 개가 나란히 벽에 기대 있었다. 아홉을 보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기댄 영정은 한없이 많아 보였다. 하나같이 맑은 얼굴들이었다. 그래서 더 참담했다. 머리 속이 멍해지면서 꽃을 꽂고 앉아 이름만 수도 없이 불렀다. 간막이를 하고 아홉 가족이 소복을 입고 앉았는데, 등산부원들 말고는 추울 만큼 하객이 없었다. 언니를 잃은 동생의 친구는 내장이 다 토해져 나올 것처럼 울었다.
그 겨울에 달러 위기를 맞아 온 국민이 금 모으기를 했다. 그리고, 봄이 되자 영화 타이타닉의 수입과 배급을 위해 거액의 달러가 지불되었다. 지겹도록 지긋지긋했다. 그 무렵에 나는 열시간을 자고 일어나도 세수하고 거울을 보면 눈물이 말라버린 눈에 핏발이 서 있었고 몸 속은 타고 남은 재처럼 바짝 말라 있었다.
눈이 내리면 그들이 보고 싶다. 보고 싶은 이들이 눈으로 내리는 호수에서 잊지 않았음을 전하고 그들로 가득한 하늘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