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들 때문에 넘긴 두 번의 위기

2007-01-10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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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며 생각하며

▶ 남현실/MD, 리버티 침례교회 사모

버지니아 텍 3학년에 재학 중인 아들 은총(미국명 보아스 류)이는 가족 사랑과 효심이 남다른 아들이다. 대학생활을 하면서도 기숙사 R.A., 대학신문 사진기자, 영어과외 등을 통해 번 돈으로 자기 용돈은 물론 , 가족에게 필요한 것들을 꼭 적시에 사다주곤 한다. 그 아들의 깊은 헤아림이 남편과 딸을 두 번의 위기에서 건져주었다.
2년 전 딸이 대학 다니던 시절 겨울 밤 어느 날 빙판에서 미끄러지며 뒤로 넘어지는 일을 당했다. 그때 시멘트 바닥에 뒷머리가 깨어지거나 목이 다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딸의 사고를 막아 줄 수 있었던 것은 많은 책을 넣고 다니는 누나가 안쓰러워 동생이 사준, 어깨와 등받이에 푹신한 스펀지가 들어있는 책가방 덕분이었다. 그 책가방의 푹신한 등받이가 몸의 무게를 흡수하면서 머리가 땅에 부딪치는 것을 막아주었다. 누나를 깊이 사랑한 동생의 마음 씀이 누나를 찰나의 위기에서 건져준 것이었다.
이번에는 아들의 효심이 남편을 큰 위험에서 건지는 일을 했다. 올해 첫 수요일 날 밤 남편이 몰던 승용차와 큰 차가 락빌 파이크 355번 선상에서 충돌하였다. 우리 차의 두 개 에어백이 터짐은 물론, 차의 유리가 깨지고 앞부분이 모두 부서져 폐차가 되는 대형사고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응급실에서의 검사결과는 남편 몸에 아무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런 큰 사고에도 안전할 수 있었던 이유를 응급실에서 아들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겨울 방학을 맞아 집에 다니러 온 아들이 운전석 안전벨트에 문제가 있음을 안 것은 사고 전날이었다. 남편은 고장 난 안전벨트를 고친다 하면서도 대충 묶고 다녔는데 아들의 생각은 만약 사고가 나서 몸이 퉁겨져 나올 때 묶은 부분이 같이 딸려 나와 풀어질 것을 예상하고 남편 몸에 맞도록 풀어진 벨트를 묶고 묶은 부분이 끌러지지 않도록 손톱깎이 하나를 매듭사이에 찔러 넣었던 것이다. 다음날 견인장에 가보니 손톱깎이가 매듭사이에 끼어 풀려나가려는 줄을 막고 있었다. 아니 손톱 깎기가 아니라 부모를 사랑한 아들의 마음이 안전벨트를 꽉 잡고 있었던 것이다.
남편이 집에 돌아오자 아빠는 나의 영웅이고 가장 존경하는 분이라며 얼굴을 싸안고 한없이 비벼대던 아들. 어떤 일을 하기 전 이것이 부모의 명예를 높여드리는 일인가 먼저 생각한다는 아들. 맛있는 것들은 먼저 부모의 수저에 얹어주는 아들. 여자친구와의 만남을 염려하는 부모에게 딸 가진 부모가 무엇을 걱정하는지 안다며 조금도 염려 말라고 안심시켜주는 아들. 오래만 살아주십시오, 훗날 내 자식에게 효도가 무엇인지 분명히 보여주겠다며 다짐하는 효심 깊은 아들.
그 아들의 눈에서 애닯은 눈물 흘리지 않도록 하나님께서 지혜를 주셔서 손톱깎이 하나를 찔러 넣게 하신 것이다. 부자지간에 농담하며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지금도 망가진 차를 생각하면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믿기지 않는다. 고맙다 아들.
남현실/MD, 리버티 침례교회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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