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새해를 열며

2007-01-02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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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시인)

바로 몇 일 전만 하여도 거리마다 집집마다 걸려있던 장식들이 마음을 들떠 있게 했는데 지금은 유행이 지난 옷차림 같은 느낌이다. 이제는 집안의 분위기도 정상적으로 돌려놓고 싶음은 유행이 지난 옷을 갈아입고 싶은 느낌 같다고나 할까. 한 해가 다 갔구나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달력을 바꾸어 거는 순간 새로운 소망이 오버랩 되기도 한다. 우선 열두 장이 묶여있는 달력으로 인하여 마음이 풍요롭다. 열두 번이나 넘길 수 있는 여유가 있어서이다. 열두 장을 하나 하나 넘겨보며 중요한 날들이 무슨 요일인가 하며 한 해를 스케치해 본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불어 사는 사람과의 관계가 가장 중요함을 느끼며 머리 속에 레드우드가 스쳐 지나간다. 레드우드의 주의를 잘 살펴보면 몇 그루가 근접하게 어울려 있다. 마치 가족으로 뿌리가 연결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주위에는 잘라져 나간 가지들이 많이 있다 그렇게 가까이 어울려 있기 위해서 가지를 무성하게 펼치지 않고 자기의 일부를 잘라낸 것 같다. 엄청난 아픔일 것이다. 고통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가까이 어울려 있을 수가 없다. 스스로 가지를 쳐내는 아픔을 통하여 가까이 있는 나무와 함께 곧장 하늘을 향하여 뻗어 올라간다.
이런 레드우드를 생각하면서 더불어 사는 비밀을 엿보며 새해를 열어본다.

새해


몇 일 전
유대 땅으로부터 한밤중에 들리던
목동들의 합창에
동해안의 바닷물
출렁 출렁거리며
맞추려는 박자인 줄 알았는데

예물을 드리고
고향으로 돌아가던 동방 박사들에게
동해안의 바닷물
흔들 흔들거리며
잘 가라는 손짓인 줄 알았는데

출렁거림은
붉게 상기된 너를 해산하기 위한
바다의 진통이었고
흔들거림은
너를 목욕시켜 올려 보내려는
바다의 몸짓이었던 것을

구세주가 탄생하신 것만으로도
기쁨의 함성이었는데
너까지 허락하시어 새 삶을 살도록
또 한 해를 주실 줄이야

아직은 수줍은 듯 몽실 몽실
솜털이 벗겨지지 않은 너를 보며
이른 아침
깊은 숨을 들이쉰다

이겨야 한다는 줄다리기 게임처럼
살아온 지난날을 돌아보며
금년은 내가 줄을 당기기보다는
당기는 다른 사람들이 넘어지지 않도록
서서히 놓아 주는 삶을 살게 해 달라고
너를 주신 분께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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