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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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솔뱅에 가면…동화가 꿈틀댄다’

2006-12-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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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속 덴마크 마을
연말여행 1박2일

칠 남지 않은 연말, 가족끼리 오붓하게 정담도 나누고 한적한 겨울바다도 보고 싶은 생각에 킨더가튼에 다니는 딸아이가 겨울방학에 들어서자마자 우리 가족은 크리스마스를 앞둔 지난 주말 1박2일의 짧은 여행을 떠났다.
행선지는 솔뱅. LA에서 가볍게 훌쩍 떠나기에 만만한 곳이기도 했지만 계절의 제한을 받지 않는 곳이라 언제든지 떠나기에도 좋은 곳이다.
오렌지카운티에서 떠나면 자동차로 4시간 남짓. 일정이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은 여행이라 뭐든지 ‘천천히’할 수 있는 여유로운 여행이었다. 더구나 솔뱅을 향하는 프리웨이 101번 길은 바다를 실컷 보며 운전할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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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히 ‘겨울바다를 보며 차를 운전해 솔뱅으로 가자’였기에 복잡한 LA를 벗어나자마자 옥스나드 채널 아일랜드 근처 겨울바다 모래사장에서 바닷가를 보며 한가로이 호젓한 분위기를 만끽하기도 했다.
잠시 쉬었던 옥스나드를 뒤로 하고 달려간 솔뱅. 언제 가보아도 아기자기하고 자그마한 유럽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미국 속의 작은 덴마크 마을이다. 크리스마스를 코앞에 둔 탓이었는지 크리스마스 장식이나 선물, 장식품 등은 세일이 한창이었다. 1년 내내 크리스마스 장식과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Jule Hus’에서는 6세난 딸아이가 전혀 자리를 뜰 생각이 없어 보였을 정도.
이 상점은 솔뱅의 크리스마스 하우스로 1967년부터 1년 내내 빅토리아, 유럽풍의 크리스마스 관련 장식을 비롯해 폴란드, 독일, 체코슬로바키아, 러시아 등지에서 수입해온 수공예품을 판매하고 있어 연중 크리스마스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손으로 불어 만든 유리 수공예품도 손색없는 예술품에 버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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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뱅에는 와인샵이 11개 정도 있다. 와인 테이스팅은 5~15달러선. 하지만 와인을 구입하면 테이스팅 값은 무료이거나 2명중 한 명 값으로 테이스팅 해볼 수 있다>

긴 자동차 여행의 여정을 풀고, 저녁식사를 하러 간 곳은‘메도우스’(Meadows)란 로얄 스칸디나비안 인 내 자리한 식당 겸 바이다. 마침 오후 5~7시 지역 와이너리에서 생산된 와인의 무료 시음회를 하고 있었다. 샌타바바라 카운티에 자리한 솔뱅에서는 샌타바바라 산 와인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이번 여행에서는‘메도우스’를 비롯해 두번의 와인 시음을 할 수 있었다. 관광객 센터(Visitors Center)에 따르면 솔뱅 근처에는 크고 작은 와이너리가 70여곳. 지역 와인을 판매하는 와인샵들은 대개 솔뱅에 많이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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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년 덴마크 이민자들이 세운 솔뱅에는 4개의 풍차가 있다>

Solvang
멋-낭만 구경거리 넘쳐흘러요

LA 벗어나 호젓한 겨울바다 보며 4시간
이날 ‘메도우스’에서는 인근 와이너리 중 한 곳인 ‘The Hallauer Ranch & Weinbau’란 곳에서 생산된 와인들이 시음대상이었다. 여주인이자 비주얼 아티스트인 스위스 출신의 애나 주드 할라워가 직접 와인을 따라주며 설명해 주었는데, “남편 볼프강과 함께 1975년부터 운영해 온 작은 와이너리지만 품질 좋은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며 “2002년산 와인은 서티파이드 오개닉 와인들로 제한 생산됐다”고 자랑했다. 2002년, 2003년산 시라(Syrah), 2002년산 카버네 프랑(Cabernet Franc), 2003년 산지오베제(Sangiovese) 등을 시음했는데, 처음 맛보는 오개닉 와인이라 흥미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향과 맛이 부드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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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식사로는 덴마크식 정통 스모가스보드란 메뉴를 선택했다. 목, 금, 토요일 밤에만 제공되는 덴마크식 부페로 소박하면서도 쫄깃쫄깃한 덴마크식 미트볼과 소시지를 맛볼 수 있었다. 사이드로는 베이비 캐럿, 매시드 포테이토, 레드 캐비지, 달곰쌉쌀한 시나몬 애플 등이 나왔다. ‘메도우스’에서는 벽난로가 있는 바에서는 분위기 있게 칵테일과 와인을 즐길 수 있으며 넓은 다이닝룸은 가족 단위의 관광객들이, 일요일에는 샴페인 부페가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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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뱅에는 유럽 정취를 아기자기하게 느낄 수 있는 기프트 샵, 레스토랑, 캔디샵, 주얼리샵, 퀼트, 빵집 등이 200여개나 몰려 있다>

솔뱅에는 200여개의 다양한 앤틱, 아트, 캔디, 초컬릿, 수공예품, 도자기, 기프트 샵, 주얼리, 퀼트, 장난감, 사진, 대니시 빵집, 레스토랑 등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이름도 ‘티볼리 스퀘어’‘햄릿 스퀘어’‘한스 크리스찬슨 안데르센 뮤지엄’‘코펜하겐 스퀘어’‘프레데릭스 코트’ 등 유럽을 느끼게 해준다. 대니시 빵 한 조각 손에 들고 걸어 다니면서 찬찬히 구경하다 보면 어느새 한나절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햇볕이 잘 드는 들판’이란 뜻을 의미하는 솔뱅은 1911년 덴마크 이민자들이 덴마크 민속학교를 세울 장소를 찾아 형성됐는데, 현재 4개의 풍차가 곳곳에 자리해 있다. 사진 찍기에 가장 좋은 와인샵 ‘Vinhus’옆의 풍차는 지난 주말 공사 중이었다.
“엄마! 리틀 머메이드가 있어!” 덴마크의 상징인 인어공주 조각상이 자리한 자그마한 분수대에서도 사진 한 장 찰칵. 코펜하겐의 인어공주 상의 반 정도 사이즈이지만 우리는 마치 코펜하겐에서 만난 인어공주인양 반가워했다. 지붕에는 덴마크의 전통을 살린 황새 모형이 둥지를 틀고 있다. 덴마크에서는 황새가 행운을 가져온다고 믿어 각 상점이나 레스토랑 위에는 황새 모형을 흔히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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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에 있는 인어공주상의 반사이즈 크기로 만들어진 분수대에 앉은 정하나>

뮤지엄은 3개가 자리 잡고 있다. 오리지널 덴마크풍 집으로 지어진 ‘뮤지엄 오브 히스토리 & 아트’(1624 Elverhoy Way, 805-686-1211)에는 덴마크의 아트, 솔뱅의 사진과 공예품, 민속품이 진열돼 있으며 동화의 아버지 한스 크리스찬슨 안데르센 뮤지엄(1680 Mission Dr., 805-688-2052)에는 안데르센 동화책, 스케치 등이 전시돼 있어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뮤지엄이다.
매년 4월2일에는 안데르센의 생일을 기념해 축제가 열린다. 또한 자전거 뮤지엄(320 Alisal Rd., 805-686-9522)에서는 빈티지 자전거, 버질 엘링 박사가 모은 유럽 레이싱 자전거 등을 구경할 수 있다.
와인샵은 11군데 정도. 코펜하겐 길의 ‘Stolpman Vineyards and Winery’를 비롯해 Arisal 길의‘Vinhus’에서는 각종 수입된 치즈도 구입할 수 있으며, Mission 길의‘Olive House’에서는 샌타바바라산 올리브도 함께 판매한다.
와인샵 관계자에 따르면 6년 전만해도 와인 테이스팅이 무료였지만 와인을 맛보기만 하고 사지 않는 경우가 많아 요즘에는 와인 테이스팅에 5~15달러 정도 한다고. 와인을 사면 테이스팅을 무료로 해주는 경우도 있고, 2명이 가면 테이스팅은 1명 값만 지불하기도 한다. 또한 샵에 따라 와인 테이스팅한 글래스를 그냥 주거나 구입하기도 한다. 한편 술에 약한 경우는 다 마시지 말고 한 두 모금 정도 음미하고 남은 와인은 쏟아버리는 게 좋다.

무료 와인 맛에 반하고 향기에 취하고…

영화 ‘사이드웨이즈’로 유명해진 샌타이네즈 밸리에서는 샤도네, 피노 누아, 리슬링, 쇼비뇽 블랑, 시라, 카버네 소비뇽 등 질 좋은 와인들을 많이 접할 수 있다.
솔뱅 인근 와이너리 투어는 (800)218-0881 또는 (805)688-0881, 웹사이트 www.sbcountywines.com을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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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식 스모가스보드. 소시지, 미트볼, 시나몬 애플 등이 맛나다>

또한 4시간30분짜리 와인 투어로 4곳의 와이너리, 점심식사, 기념 글래스가 제공되는 투어 문의는 www.winetourssantaynez.com을 통하면 된다.
블론드 색 갈기가 멋진 2개의 말이 이끄는 전차를 타고 20분 정도 솔뱅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 전차 타기나 자전거 타기 문의는 관광객 센터(800-468-6765).
또한 솔뱅 가는 길이나 솔뱅 근처의 자연경관은 그야말로 자연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다. 자전거 타기, 골프, 낚시 등도 즐길 수 있으며 인근에는 와이너리 외에도 라벤더 농장(2480 Roblar Ave, Los Olivos 805-688-7505), 말 농장(www.CircleBarB.com 805-686-4002 또는 805-683-5110), 타조농장(610 E. Highway 246, 805-686-9696), 알파카 농장 등이 볼 만 하다.
우리가 찾은 솔뱅 초입에 자리한 말 농장은 연휴라 쉬었지만 말은 볼 수 있었는데, 어린 딸 하나의 눈에는 가까이서 본 커다란 말이 신기했는지 울타리 근처에서 말을 보며 ‘무엇을 먹느냐’‘타면 무섭지 않을까’ 등등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그 외 솔뱅에서 남동쪽으로 15분 거리에 있는 카추마 호수(Cachuma Lake 805-686-5054)에서는 여름철에는 낚시와 캠핑을 즐길 수 있으며, 솔뱅에서 10분 거리의 노호키 폭포(Nojoqui Falls 805-688-4217), 솔뱅에서 동쪽으로 246번을 타고 3마일 정도 가면 위치해 있는 추마쉬 카지노(805-686-0855) 등도 가볼 만하다.

솔뱅의 연간행사
1월에는 로열 스칸디나비안 인에서 블루스 페스티벌이, 2월에는 플라잉 립 스토리텔링 페스티벌이 열리며 오는 2007년에는 암젠 자전거 대회가 열린다.
3월에는 테이스트 오브 솔뱅 주간이, 4월에는 샌타바바라 와인 페스티벌, 5월에는 봄 아트 쇼, 6월에는 올드 샌타이네즈 데이, 7월에는 독립기념일 불꽃놀이가, 8월에는 올드 미션 샌타이네스 피아스타, 9월에는 1936년부터 성대하게 열려온 덴마크의 날 축제인 대니시 데이(Danish Days)가 매년 세번째 주말 개최된다. 12월에는 겨울축제 윈터 페스트가 열린다.
한편 6~10월은 연례 문화행사인 솔뱅 페스티벌 디어터인‘PCPA(Pacific Conservatory of Performing Arts) 디어터 페스트’가 개최돼 볼거리를 제공한다.

▲가는 길
LA에서 자동차로 3시간 정도 소요. 북쪽으로 140여마일 정도 떨어져 있다. 101 North를 타고 133마일 정도 가면 246번에서 내려 롬폭/솔뱅(Lompoc/Solvang)으로 향한다. 246번 East에서 우회전해 3~4마일을 더 운전해 가면 솔뱅 입구를 만난다.

▲솔뱅 관광 문의
www.solvangusa.com, www.SYVVA.com
(800)468-6765, (805)688-6144

글·사진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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