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주부)
시를 번역할 때는 원문을 감상할 기회가 없는 독자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시적 자유로 인해 문법적 이해가 의미를 훼손할 경우에는 의미 전달을 하고 충분한 주해를 붙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한 작품을 번역하기에 앞서 작가의 다른 작품을 통해 작가를 이해해야 한다. 시 번역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원문에 담긴 작가의 의도이다.
Love’s Secret - William Blake.
Never seek to tell thy love, / Love that never told can be; / For the gentle wind doth move / Silently, invisibly
I told my love, I told my love, / I told her all my heart, / Trembling, cold, in ghastly fears. / Ah! She did depart!
Soon after she was gone from me, / A traveller came by, / Silently, invisibly: / He took her with a sigh.
인터넷에서 인용한 다음의 번역은 한국 번역가가 옮긴 것이다.
사랑을 말로 표현하려 하지 말아요 / 사랑은 말로 할 수 없는 것 / 사랑의 산들바람은 조용히 / 보이지 않게 움직이거든요
나는 사랑을 말하고 말았답니다. / 무섭도록 두려워 부들부들 떨며 / 내 마음을 다 털어놓고 말았지요. / 아! 그녀는 떠나가 버렸습니다!
그녀가 떠난 뒤 얼마 안 되어 / 나그네 하나 조용히 / 보이지 않게 다가오더니 / 한숨 쉬며 그녀를 데려가 버렸어요.
나는 두번째와 세번째 연의 she를 사랑이라고 번역한다. 사랑은 여성 명사라서 대명사로 받을 때는 she로 받는다. 영어는 불어, 독어와 다르게 발달했지만, 작가가 몇 백년 전의 영국인이라는 점과 사랑이 가지는 여러 가지 모습을 다룬 작가의 다른 작품으로 미루어보아 나는 사랑이라고 번역한다. 영시 번역을 할 때는 공시적으로 영어와 불어 또는 독어를 알거나 통시적으로 고어를 알아야 한다.
한국 번역가의 작품에서 그녀는 사랑의 고백을 받은 후 떠나가 버린 사람을 말한다. 그러나 사랑으로 번역할 경우, 사랑을 고백했을 때 사라져 버린 혼자만의 사랑을 말한 것이 된다. 혼자서만 키워오던 마음이 상대방에게 고백한 후 사라져 버린 것을 아쉬워하는 것이다. 혼자 간직했을 때의 사랑이 입 밖으로 표현하면 사라지는 것이 제목이 의미하는 ‘사랑의 비밀’이다. 다음은 내가 한 번역이다.
당신의 사랑을 말하려고 하지 마세요. / 말해질 수 없는 사랑; / 소리 없이, 보이지 않게 / 부드러운 바람처럼 움직이니까요.
내 사랑을 말했어요. 내 사랑을 말했어요. / 그녀에게 내 온 마음을 말했어요./ 소름끼치는 두려움에 차갑게 떨면서 / 아, 내 사랑이 떠나갔어요.
내 사랑은 나를 바로 떠나버렸어요./ 소리 없이, 보이지 않게 / 나그네 하나가 지나갔나봐요. / 그가 숨 한 번에 내 사랑을 가져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