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꽃과 여성
2006-12-05 (화) 12:00:00
정현(시인)
요즈음 그렇게 많이 피었던 싱그런 꽃들의 모습을 거의 보지 못하면서 꽃에 대한 생각을 반추해본다. 꽃이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보면 마치 음악이 없는 세상과 같다고나 할까. 그리고 꽃으로 표현하던 사랑의 방법을 잃어버려 온 세계가 혼란에 빠지지 않을까 한다.
생택쥐페리가 쓴 어린 왕자는 자기 나라에 사는 꽃 한 송이를 위하여 온갖 정성을 쏟는다. 어쩌면 하나밖에 없기에 그런 수고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수고를 하면 할수록 그 만큼 상대적으로 애착이 가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어린 왕자가 남겨 두고 온 꽃을 못 잊어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마다하고 다시 돌아가는 장면을 생각하면서 꽃들에 대하여 깊은 감사나 마음의 표현을 하지 못하고 살았던 것이 미안하기도 하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꽃이 너무 많기 때문에, 아니면 별로 수고를 하지 않고도 늘 볼 수 있기에 꽃의 아름다움을 깊이 느끼지 못하고 살았던 것 같다.
꽃 하면 남성보다는 여성과 더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시인이 꽃과 여성을 주제로 해서 시를 썼다. 또한 꽃과 여성을 주제로 한 노래들이 얼마나 많이 불려지고 있는가. 그리고 보면 꽃과 여성은 엄마와 딸, 아니면 자매 같다고나 할까. 아무튼 닮은 데가 많다.
여성과 닮은 꽃에 대하여 좀더 깊이 생각해 본다. 꽃은 특별히 기다려 주는 이가 없어도 때가 되면 태어난다. 그리고 특별히 바라보는 이가 없어도 늘 활짝 웃어 준다. 날씨의 변화에도 크게 좌우되지 않고 정해진 기간 동안 환한 몸짓을 하고 있다. 꽃이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아름답게 보이지만 아름답게 피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몸부림이 있었을까를 생각해 본다. 시인 서정주 선생님의 ‘국화 옆에서’란 시처럼 하나의 꽃이 피기 위하여 숨겨져 있는 눈물과 고통을 생각해 본다. 그렇게 피었던 꽃은 안타까워하는 이가 없어도 홀로 지고 만다. 한 가지는 다시 태어날 씨나 뿌리를 남겨놓는다는 것이 참 비밀스럽다. 그래서 꽃의 역사는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것이다.
꽃과 여성의 이미지를 영상으로 띄워본다.
꽃씨
꾹꾹 눌러 담은 그리움 터져
몽우리로 나왔지요
기다려주지 않아도
천둥 번개 비 바람 견뎌내며
환하게 웃었지요
바라보아주지 않아도
살 갗 한 겹씩 저미어내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떠났지요
안타까워하지 않아도
작년 이 맘 때도
묻어 두었던 불씨
또 다시
남깁니다
당신 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