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우정 칼럼/귀는 둘인데, 입은 왜 하나일까

2006-11-30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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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입을 보게 된다. 말이 핵보다 무섭다. 1945년 건국 이래 정치지도자들이 심고 키워 온 것이 있다면 바로 “국민들의 불신”일 것이다. 국민들이 정치와 정치지도자들의 언행을 믿을 수 없게 된 뒤끝에 얻은 것이 무엇인가. 무지막지한 ”떼법 ”은 나라의 법 질서를 덮칠 것이고 집단 이기심”은 거리를 뒤덮을 것이다 .

전 의경이 심지어 군인이 대모대의 각목에, 죽창에 밀리고 피를 흘리는 거리가 바로 한국의 평택이요 광주요 서울이다. 국민들 모두가 ‘누구도 믿을 수 없다. 내 몫은 내 손으로 챙겨 지켜야 한다’고 외친다. 민초들의 핏발 선 눈을 어이할 것인가. 신실치 못한 정치판의 언행이 몰고 온 ‘업보’요 선진화를 막는 걸림돌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지난 11월 28일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동안 직무를 원활히 수행하자면 이런 저린 타협과 굴복이 필요하면 해야 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을 철회한 것은 ‘상황이 굴복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서 대통령이 굴복했다’고 말한다. 그것만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 하겠지만,“다만 임기를 다 마치지 않은 첫 번째 대통령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희망한다”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왜, 어째서, 무엇 때문에 대통령은 저렇게 홀로”이어야 하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꼭 ‘코드 인사’때문인가. 오기로 뭉친 ‘나 홀로 정치 행태 ‘때문인가. 정말 헌재소장 임명동의안 철회가 몰고 온 ‘섭섭함’뿐인가. 그렇다 해도 왜 곁에 있어야 할 “인물” “충신 열사”들의 얼굴은 하나도 볼 수 없는가. 대통령이 국회 탄핵에 몰릴 때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진 듯 분기탱천,울부짖던 그 얼굴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임기 말 ‘레임 덕’에 몰린 대통령. 다음 국회의원 후보 공천권이 없고, 9.9% 인기 엉망인 대통령이니 이제는 못본 척 뒤로 해도 OK란 말인가. 살 길 찾아 딴살림 기웃거리는 것은 정치 철새들이나 할 짓이지‘큰 정치인의 참 길’은 아니다. 결단코 그것은 아니다.


북한 김정일국방위원장까지 품에 안고 한반도의 명운을 두 어깨에 짊어지겠다는 옹골찬 정치인,“큰 꿈” 키워 가겠다는 정치지도자라면 오늘의 노 대통령 손까지 잡아야 한다.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 힘들고 돌아가는 길이라 해도 그 길을 택하는 용기있는 모습을 지켜야 한다.
물론 오늘의 사태를 두고 누구 하나 책하고 탓할 수 없는 ‘서울의 인심’을 잘 안다. 또 비록 인사권마저 마음대로 어찌하지 못하는 오늘의 대통령이긴 해도 제왕적 통치권을 행사할 수 있는 대통령 자리이다. 한마디 툭 던저 놓고 뒤엉키는 정치권을 못 본척 뒤로 하는 대통령의 속마음을 누구라서 헤아릴 수 있을까. 불확실성, 예측할 수 없는 말, 그 말이 바로 문제이다.

29일, 목포에 내려 간 대통령은 어제의 대통령이 아니다. 22조원이 담긴 선물 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대통령은 점심 식사 자리에서 “식탁을 보니 내가 전라도 왔구나 실감이 확 난다”며 “…올 때마다 반갑게 맞이하고, 오랜만에 친구 만난 것 같고 오랜만에 고향에 온 것 같은 포근한 느낌”이라고 속마음 한자락을 드러내 보인다.임기 이야기도 잊지 않는다. “(여러분이) 노무현 당신 임기 얼마 남지 않았냐?(고 물을 수 있다)”면서 “그렇지 않다”고 딱 잘라 말한다. 어느 장단에 춤추어야 하는가. (여러분들은)“제가 좀 굳어 있던 마음이 확 풀릴 만큼 아주 편안하게 저를 맞이해 주셨다”면서 “기분이 좋다. 감사하다”고 말해 전라도 인심 속에 ‘노무현’ 을 심는다. 또 한번 “정치인 노무현의 끼”를 살짝 드러낸다. 가랑비에 옷 젖는 것 모르지 않으리…

좌우지간, 그동안 들끓었던 이런 저런 ‘쟁점’들이 일시에 자취를 감추었다. 북한의 10.9 핵실험과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문제, 한미동맹 변화와 ‘전작권 환수문제, 대량살상 무기 확산 방지 구상 (PSI)반대와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 찬성 그리고 뒤따르던 청문회장의 목소리들이….

그러나 분명히 가려야 할 말이 있다. 현재 대통령 이 갖고 있는 정치적 자산은 당적과 대통령직 두가지뿐이다. 목에 가시마냥 걸는 말이다. 대통령의 정치적 자산의 첫째는 당연히 “국민”이어야 한다. 찾아가 안길 국민의 품이 있다면 무엇이 두렵고, 힘들고,섭섭할 것인가.

12월중에는 수출 3천억달러를 돌파함으로써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열어 갈 수 있다는 소식이다. 얼마나 자랑스러운 국민들이고 기업인들, 무역 일꾼들인가. 저들을 챙겨야 한다. 신명 나 일할 수 있도록 대통령이 온 몸으로 그들과 함께 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2007년 한 해는 ‘국민과 함께하는 대통령의 한 해’가 될 것이다. 길은 말이 아니고 실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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