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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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명화 ‘벌집의 망령’

2006-11-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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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삶 속에 겪는 죽음의 실체는
탁월한 시각영화, 스페인 최고 걸작

1970년대 만들어진 스페인영화중 최고걸작으로 평가 받는 아름답고 귀기 서린 영화로 ‘프랑켄스타인’에서 영감을 얻은 예술적으로 매우 귀중한 작품이다. 극히 과작인 빅터 에리세의 1973년작으로 특히 영화 사상 시각적으로 가장 탁월한 영화중 하나로 꼽힌다.
1940년 스페인 내란이 막 끝난 카스틸지방의 시골. 영화필름을 갖고 마을을 돌아 다니며 상영하는 영사기사가 이 작은 농촌 사람들에게 스페인어로 녹음된 ‘프랑켄스타인’을 보여준다. 영화를 보는 사람들 중에는 도시에서 전쟁을 피해 이 마을로 온 가족이 있는데 이 집 가장은 지성인(페르난도 페르난 고메스). 그에게는 아름다운 아내(테레사 김페라)가 있으나 그녀는 남편을 멀리한다. 어쩌면 그녀는 다른 남자와 혼외정사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두 부부에겐 어린 두 딸이 있는데 커다랗고 검은 눈을 가진 작은 아나(아나 토렌트)는 이제 막 죽음의 뜻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아나의 빨간 머리를 한 언니 이사벨(이사벨 텔레리아)은 동생보다 한 단계 성숙해 죽음의 불가피성에 대해 매료돼 있다. 황량한 시골벌판은 죽음의 거처처럼 느껴지는데 특히 죽음에대해 매어달리는 아나는 프랑켄스타인이 만든 괴물이 영화 끝에 가서 죽은 것이 아니라는 언니의 말을 믿는다.
이사벨은 동생에게 괴물은 시골 끝 버려진 농가의 우물에 살고 있다고 알려 주는데 사실을 확인하려고 우물을 찾아 간 아나는 우물속에 숨어 있는 반정부군을 발견한다. 그러나 이 게릴라는 곧 프랑코군에 체포대 처형된다. 이 뒤로 아나의 마음속에는 괴물과 게릴라가 한 사람이 되어 소녀를 죽음의 세계와 이 세계와 가까운 영화의 세계로 인도한다.
빛과 여백을 절묘하니 사용하면서 롱샷과 클로스업을 효과적으로 쓴 촬영이 최면적이다. 또 거의 탈색한듯한 컬러도 영화의 몽환적 분위기를 잘 살려 준다. 어린 아이 때 겪는 삶 속에 있는 죽음에 관한 의문을 무드 짙게 표현했다. 40달러. Criter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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