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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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캠핑장 ‘엘 카피탄’ 호젓한 가을 유혹

2006-11-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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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타바바라 북부 해변을 찾아서

맑은 햇살을 한껏 머금은 은빛 바다. 그 곁을 사시사철 푸르게 장식하고 있는 해송들… 색다른 가을 바다 정경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면 단연 샌타바바라 북부 해변들이다. 언제가도 좋지만 특히 ‘가을’이라는 단어와 어울리는 이 곳은 로스 파드레스 국유림을 등에 업고 이어지는 완만한 떡갈나무 구릉들 사이를 가로지르는 해변 도로를 질주하면서 도달한다. 갯바위와 어우러진 바다 경치가 일품인데 캘리포니아 코스트에서만 볼 수 있는 해송들이 추풍에 흔들리면서 방문객들에게 가을 이야기를 들려준다. 샌타바바라 북부 골리타(Goleta) 지역부터 엘 카피탄(El Capitan) 비치를 지나 레푸지오(Refugio) 비치로 이어지는 10여마일의 해변은 추마시 인디언들이 수백년간 성지로 지정하고 주기적으로 제사를 지냈으며 17세기 멕시칸 개척자들이 목축업과 아보카도 농장을 운영하면서 ‘신이 내린 옥토’로 여겼던 곳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백사장과 거친 물보라를 일으키며 부서지는 파도, 푸른 수면 위로 불어오는 해풍으로 가을 바다의 정열이 물씬 전달되는 이 지역은 캠핑으로 유명한데 산간지역에 비해 비교적 일기 차가 심하지 않아 가을철인 지금도 주말이면 캠핑 스페이스를 잡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야영 족들이 몰린다. 캠핑은 물론 낚시, 승마, 하이킹 등 수많은 레크리에이션 명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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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장 바로 옆에 마련되어 있는 피크닉 테이블. 색다른 분위기에서 가을 소풍을 즐길 수 있다>

낚시-승마-하이킹, 싱싱한 회까지 즐겨


샌타모니카, 베니스 등 LA 인근 해변은 주말이면 방문객들로 붐벼 바다 구경인지 사람 구경인지 모를 때가 많다. 하지만 샌타바바라 카운티 북부 지역의 해변들은 호젓하면서도 비경을 감추고 있어 주말 가을 여행지로 안성맞춤이다.
이 곳에는 엘 카피탄 캐년, 가비오타, 레푸지오 등 3개의 해변주립공원이 있다. 이 중 가장 유명한 엘 카피탄이다. 비수기인 지금도 주말에 캠핑장을 예약하려면 12월이나 가능할 만큼 남가주 최고 인기의 캠핑장이다.
산과 바다 그리고 계곡에 물까지 흐르는 천혜의 캠핑장이라고 할 수 있다. 백사장에서 불과 10여야드 떨어진 곳에 캠핑 사이트가 우거진 고목나무 숲에 숨어 있듯이 조성되어 있다. 텐트를 치고 누우면 주변의 울창한 나무들로 인해 깊은 숲 속에 들어선 것 같은데 파도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려오는 게 이 곳이 바다인지 산인지 분간이 안 되는 묘한 기분에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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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캐피탄 비치의 넓은 백사장. 호젓하면서도 비경을 감추고 있어 주말 가을 여행지로 안성맞춤이다>

비수기인 지금도 주말예약은 12월에나

그늘진 잔디밭 앞쪽으로 깨끗하게 출렁이는 바닷물 시원스럽게 눈에 들어온다. 양쪽으로 끝이 안 보이는 모래사장 위를 가족과 또는 연인과 정답게 거닐게 된다. 도심에서 약간만 떨어져도 이렇게 좋은 곳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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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장에서 불과 10여야드 떨어진 곳에 캠핑 사이트가 우거진 고목나무 숲에 숨어 있듯 조성되어 있다>

모두 140개의 사이트가 있다. 거의 모든 사이트가 바다를 끼고 있기 때문에 어디를 선택해도 상관없다. 한꺼번에 1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그룹 캠핑장도 있어 동창회나 교회 등에서 단체 여행을 떠날 수도 있다. 그룹 캠핑장 옆으로 넓은 잔디밭과 플레이 그라운드가 있어 단체로 행사를 진행하기 수월하다.
풍부한 레크리에이션 시설이 준비되어 있다. 서북쪽에 있는 레푸지오 주립공원까지 이어지는 2.5마일의 자전거 트레일이 있으며 수십개의 하이킹 트레일도 있다. 각 사이트마다 캠프파이어를 즐길 수 있는 화덕이 있으며 단체를 위한 파이어 핏도 있다. 매 주말이면 레인저가 리드하는 가이드 투어가 실시되며 조류 관찰 프로그램에도 참가할 수 있다. 가을철에도 낮에는 수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물의 온도가 비교적 따뜻하다.
하루 피크닉도 가능하고 캠핑장에 마켓이 있어 필요한 물건을 현지에서 구입할 수도 있다.
엘 카피탄의 백미는 해변에서 직접 하는 광어나 도미 낚시. 고기를 잡아 회나 매운탕을 만들어 즐기면서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들을 세어보며 가족간의 사랑을 느끼게 된다.
주립공원의 데이빗 밀러 레인저는 “예약 없이 캠핑장을 찾으면 야영이 거의 불가능하다”며 “6개월 전부터 예약이 가능하기 때문에 충분히 시간을 갖고 캠핑준비를 할 것”을 당부했다.
인근 레푸지오 주립공원도 시원한 태평양을 바라보며 도미낚시도 즐길 수 있는 LA 2시간 거리의 주말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북쪽 산 속에서 흘러 내려오는 시냇물과 바닷물이 합류되는 지점으로 민물낚시도 할 수 있으며 주위에는 울창한 숲과 고목들이 있어 햇볕을 피하기도 좋고 깨끗하게 가꾸어진 잔디밭과 바비큐를 할 수 있는 시설 등 주립공원에 걸맞는 각종 시설이 완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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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양식이 아름다운 샌타바바라 법원. 샌타바바라의 유명 관광지 중 하나이다>

해변을 끼고 도는 산 정상으로 향하는 하이킹 트레일도 유명한데 꼭대기에 올라가 시원한 태평양 바다를 바라보며 주위 경관을 관찰하는 것도 색다른 맛을 준다. 끝없이 펼쳐지는 깨끗한 모래사장 외에도 오른쪽으로 잘 생긴 바위들이 무진장 있어 상반된 경치를 선사한다.
깨끗한 바다를 끼고 있는 3마일 정도의 하이킹 코스를 통해 가을을 듬뿍 맛보게 된다. 가족끼리 수영을 즐겨도 좋고 썰물에 해변에 나가 조개껍질 줍기로 아이들과 한나절을 보내기도 좋은 곳이다.
공원 입구에는 낚시꾼들을 위한 간단한 낚시도구와 음식을 판매하는 스낵샵도 있다. 캠프장은 선착순 입장으로 여름철이나 연휴에는 일찍 와서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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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물로 물이 나가면 갯바위 사이에 서식하고 있는 여러 바다 생물을 만나게 된다>

여행 메모
이 지역은 추마시 인디언의 중요한 생활터전이었다.
떡갈나무 열매(도토리)를 가루로 만들어 얇은 빈대떡처럼 불에 구운 빵이 주식이었던 추마시 인디언들에게 3,500에이커에 달하는 이 지역 어디든 볼 수 있는 떡갈나무들은 신이 내려준 보물이었다. 해변이 가까워 해산물도 풍부했으며 들에는 코요테, 사슴 등 사냥감이 다양했다.
일년 내내 날씨가 온화해 내륙 사막이나 산간 지역에 거주했던 인디언들에 비해 매우 쾌적한 삶을 이어갔다. 이 곳을 방문하면 추마시 인디언들이 이 곳을 왜 ‘아주일라시무’(Ajuilashmuu-바다와 춤의 축제장)이라고 불렀는지 몸소 체험하게 된다.
인근 샌타바바라는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휴양도시이다. 주요 관광지로는 역사적 유적이자 ‘미션의 여왕’으로 불리는 샌타바바라 미션(2201 Laguna St. 805-682-4713)과 건축양식이 아름다운 샌타바바라 법원(1100 Anacapa St. 805-962-6464) 등이 있다.
다운타운 스테이트 스트릿을 중심으로 여러 명소들과 미술관, 샤핑 센터들이 몰려 있다. 해변에 있는 샌타바바라 피어 그리고 볼티모어 호텔 앞으로 해변 등은 빼놓을 수 없는 관광포인트이다.
서부에서 가장 경치가 수려한 곳에 캠퍼스가 들어섰다는 UCSB가 있는 골리타에는 엽서에 나올만한 작은 비치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바닷가마다 작은 피어와 품위 있는 레스토랑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피크닉 시설이 뛰어난 곳으로도 유명하다.
해양생물학과 전기공학으로 유명한 UCSB 캠퍼스도 좋은 구경거리를 제공한다.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으로 스패니시풍 건물의 교정을 오가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한없이 밝기만 한 곳이다.

가는 길
LA에서 101번 노스를 타고 2시간 정도 달리면 샌타바바라에 도착하게 된다. 샌타바바라에서 15분 정도 더 가면 UC샌타바바라가 있는 골리타(Goleta)가 나오고 이 곳을 지나서 나오는 El Capitan Beach Rd.에서 내린다. 내려서 좌회전 프리웨이 밑으로 지나 계속 나가면 엘 카피탄 주립공원에 도착한다. 엘 카피탄을 지나 101번으로 계속 2.5마일 직진하면 레푸지오 주립공원이 나온다.
주립공원 문의 및 캠핑 예약: (805)968-1033, (800)444-7275, www.reserveamerica.com

준비물
바다 인근의 주립공원이기 때문에 두꺼운 옷과 담요는 기본이다. 하이킹 신발, 모자, 해수욕장 용품, 비치 타월, 선탠 로션, 플래시, 캠핑 의자 등을 준비한다. 이밖에 조류 관찰을 위한 망원경, 자전거 등을 준비하면 좋다.

<글·사진 백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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