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회자정리

2006-10-24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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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희<주부>

어르신들이 들으면 혼날 소리지만 가끔은 내가 나이가 먹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동갑내기 동창이 머리숱에 급격한 변화(?)가 오는 걸 볼 때, 이제는 누가 뒤에서 아줌마라고 부르면 당연하게 뒤 돌아 볼 때, 남들 앞에서 고개 숙이기 싫을 때, 친구를 사귀는 게 점점 더 어려워 질 때 난 내 나이를 느낀다. 누군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면 이 사람과 통성명을 하고 가족관계를 알게 되고 취미가 뭔지, 뭐가 좋고 싫은 지, 몇 번의 미운 정이 들어야 고운 정으로 바뀔지, 그 지난한 과정들이 파노라마처럼 먼저 펼쳐지는 것이다. 그래서 오래 사겨온 지인들과의 이별이 못내 아쉽다.

옆집에 사는 우리 아이들하고 나이가 똑같은 딸들을 둔 동네 친구가 이사를 간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사를 간다는 이야기를 듣긴 들었지만 설마 이렇게 빨리 떠날 줄 몰랐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까 한동안 일이 손에 잡히지가 않았다. 돌배기 때부터 옆집 딸과 친구였던 우리 딸은 어떻게 하나? 부터 시작해서 여간 심난한게 아니었다. 몇 년간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여러가지 삶의 굴곡들을 나누고, 같은 드라마를 보고, 같이 딸 낳고, 밤새워 김치 담그고, 같이 만든 만두가 몇 천개였는데 이제는 누가 있어서 그 일들을 같이 한단 말인가? 아주 멀리 가는 것도 아니지만, 살 다 보니 한 번 떠난 인연은 다시 만나기 어렵다는 걸 체득해서인 지 못 볼 것도 아닌데도 마음이 아리해 졌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 하고 이별하는 게 덤덤해 질 법도 한데 으레 그러려니 하면서도 감정은 깊고 오래 가게 되었다. 회자정리(會者定離)란 말은 이별 때문에 아릿한 마음들에게 그게 세상사라며 담담히 위로해 주기도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 보면 사람은 결국엔 혼자라는 냉정함의 다른 표현이라는 걸, 이별을 통해서 또 한번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 지금 내 옆에 누가 있나 조용히 생각해 보게 된다. 어렵게 만난 인연인데 내가 소홀히 하고 있는 건 아닌가? 곁에 있어서 너무 무덤덤하게 지내는 건 아닌가? 떠날 땐 떠나더라도 함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는 것, 우스개 말로 ‘있을 때 잘해’ 라는 것이 다가올 또 다른 이별에 대처하는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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