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속에 감춰져 아리숭했던 북한의 핵이 제 모습을 드러냈다. 핵실험 폭발력이 어떠했던 미국 정부가 지난 16일, 북한의10.9 핵실험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그 동안 꿈같은 한반도 비핵화 선언 뒤에 숨어 요술을 부리던 북 핵 문제다. 앞으로 두·세차례 계속될 핵실험으로=능력이 있다면 할 것이고, 하여야 한다= 탈도 많고 말도 많겠지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는 훨씬 쉽게 될 것이다. 협상 내용과 양쪽 요구사항이 확실해야 되던 안 되던 이야기가 쉽게 풀리기 때문이다.
지금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핵 개발팀이 핵을 포기하리라 믿는가? 한반도가 다시 쑥밭이 되던 말던 힘으로 북한의 핵시설을 걷어 내겠다면 할 말이 없다. 그러나 말로 그것도 북한이 먼저 핵을 포기하고 대화의 자리로 나오라 하는데, 당신 같으면 잘 못했소 하며 어스렁 어스렁 걸어 나오겠는가. 아닐 것이다. 그럴려 했다면 북한도 처음부터 핵 개발에 손을 대지 않았을 것이다.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할 것인가. 한국만 ‘한반도 비핵화선언’에 묶여 비실 거리고 있어도 되는 것인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지금이야말로 민족의 명운을 가리는 결단의 때다. 사즉생 (死卽生)의 각오로 임해야 할 지금이다. 바로 당신의 문제이고 우리의 문제, 한민족의 문제이다.
먼저, 북한의 핵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결단을 보여 주어야 한다. 핵 보유 원칙이나 비핵화 원칙은 남과 북이 함께 지켜야 한다. 북한이 계속 입으로만 비핵화를 주장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선언만은 당장 패기하여야 한다. 이회창(李會昌) 전 한나라 총재의 말을 들어 보자. 이 전총재는 19일, 북한의 핵보유가 기정사실이고 핵 잠재력만으로는 대북 억제력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핵 내지 핵 잠재력 국가들 사이에서는 우리 스스로 핵 능력으로 상대 핵 국가를 억제할 수 밖에 없다 고 했다.(동아 10/19참조) 이같은 결단과 각오는 북한만 겨냥한 것이 아니다. 한반도와 북핵을 두고 사뭇 Game을 즐기는 듯 고갯짓하는 힘있다는 사람들에게도 보여 주자는 것이다.
그렇다고 북한과 다시 총칼 마주 겨누는 옛날로 돌아가야 하는가. 더 더욱 안 될 말이다. 바로 여기에 남북분단의 아픔이 있다. 통일을 다짐하며 평화와 교류와 협력을 쌓기 위해 그렇게 땀흘려 왔건만 북한의 핵놀이 한판에 모든 것이 허사로 돌아 갈 처지에 놓였다.
어떻게 닦은 개성공단이고, 어떻게 연 금강산 관광 길인가. 155마일 휴전선 철조망, 그 많던 지뢰를 어떻게 걷어 냈던가. 남과 북사이에 하늘의 길이 열리고 뱃길, 철길, 버스길이 열였다. 북한군 당국은 군 부대를 철수했고, 진지를 허물었다. 그만큼 휴전선은 변했고, 남과 북사이의 긴장은 풀렸다.
이것을 예삿일이라 할 것인가. 돈받고 하는 짓인데 뭣이 그리 대단한 것이냐고 고개를 돌릴 것인가.
국정 감사장의 야당 말대로 지난 8년 동안 대북지원금이8조원 (현물·곡물·경수로 분담금 등 모두)이라 하자. 1년에 1조원이다. 이를 보고 퍼주었다 는 것이다.? 심지어 핵으로 돌아 왔다고 까지 한다. 평화 유지·통일비용으로 생각 하는 여유는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큰 소리치는 자리이지만…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지난 17일 그것도 서울에서 개성공단은 북한의 경제 개혁을 위한 한국의 장기투자적 측면이 있고 개혁적 요소의 맥락에서 이해하지만, 금강산 관광사업은 북한 정권에 돈을 주기 위해 디자인 된 것이라 말한다. 더 이상 못 봐 주겠다는 것이다. 교만·방자한 탓 일까. 눈에 보이는 것이 없다는 것일까. 참으로 힘없는 설음이 뼈를 삭인다. 각국은 우리 공동안보의 혜택 (benefits) 뿐만 아니라 부담 (burdens)도 공유해야 한다 는 라이스 국무장관의 말까지 듣는 수모를 당해야 한다. 칼끝을 느낀다. 막다른 길목에 놓인 탓인가.
그렇다 해도 금강산 관광을 그만 둘 수는 없다 .개성공단 사업과 금강산 관광사업은 둘이 아니다.
둘로 나누어 질 수가 없다. 미국의 요구대로 금강산관광을 그만 두는 날, 개성공단 또한 문을 닫게 될 것이다. 가만히 있을 북한이 아니다. 155마일휴전선에 새로운 철조망이 새워지고 지뢰가 또 다시 묻힌다면 분단의 철벽은 철옹성이 될 것이다. 다시 열 수 있을 것인가. 한반도는 또 어찌 될 것인가.
미국의 진심을 다시 한번 더 물어야 할 때이다. 한반도의 평화와 북핵의 평화적 해결을 위하여 지금의 남북관계를 계속 인정·개선토록 할 것인지 아니면 막 가는 길을 택할 것인지…
약속을 지키고 남(南)과의 교류·협력에 조금만 더 열성을 보여 주었더라면… 아쉬움 뿐이다. 그러나 누구를 탓 할 것인가. 자기가, 자기만은 더 잘 살겠다고 날 뛰는 것을… 모두가 내 탓이고, 우리가 못난 탓이다. 여·야, 진보·보수 나뉘지 말고, 정말 하나 되어 힘을 모을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