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나온 ‘열린 축제’
숨을 크게 들이쉬면 담청색 하늘이 온 몸을 물들일 것만 같은 시월. 여름내 스모그로 뒤덮였던 남가주에도 손을 뻗으면 파삭 소리가 날 듯 맑고 쾌청한 가을이 왔다. 무더위 속에서 잔인했던 햇살이 이제는 인자한 손길처럼 부드럽게 느껴지고, 서늘한 바람이라도 불어주면 공연히 마음이 들뜨게 되는 철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있는 가정에서는 새 학년, 새 교과 과정에 적응하고 방과후 활동 스케줄에 쫓겨 특별히 계절의 변화가 주는 크고 작은 기쁨을 느낄 겨를이 없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중고교생을 둔 부모는 짧은 식사시간 이외에 아이들과 편안히 여가를 즐길 기회조차 없거나, 어렵게 시간을 만들어도 막상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막막할 때가 있다. 그렇게 바쁘고 복잡한 삶에 매인 가족들을 위해 부모와 자녀가 함께 가을을 만끽하고 다양한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는 주말 예술제를 소개한다. LA 시내에서 열리는 세 개의 페스티벌은 야외이기 때문에 여름방학 이후 실내에 갇혀 있던 아이들에게는 신선한 경험이 될 수 있으며, 어린이 및 청소년을 위한 체험예술 프로그램을 통해 각종 문화를 접하고 직접 참여하는 기회도 된다. 일부 연극과 퍼포먼스를 제외한 모든 프로그램이 무료지만 참여하는 기관 및 예술인들은 소속된 분야에서 꽤 알려지고 인정받는 수준을 갖추었다. 또한, 다른 아트 페스티벌과 비교해서 내용이 다양하고, 가족 위주로 꾸며진 만큼 어린아이들도 지루하지 않게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푸른 하늘과 바람이 좋은 주말, 노래와 그림과 춤 그리고 시가 있는 예술제에서 자녀들과 함께 색다른 문화 체험을 누려보자.
LA 다운타운 그랜드 애비뉴 예술제
(Grand Avenue Festival Downtown LA)
<그랜드 애비뉴 예술제에서는 길거리 퍼포먼스나 간이 무대를 이용한 콘서트를 볼 수 있다.>
음악, 미술, 무용, 오페라, 연극 및 퍼포먼스 등 거의 모든 예술 장르를 망라한 축제다.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의 중심부를 차지하는 뮤직센터와 현대미술관에서부터 중앙 도서관과 화랑 지역, 그리고 주변의 유명 식당을 포함한 일부 상가까지 참여하는 대대적인 행사로서, 모든 연령층과 인종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온 가족이 즐길 만하다.
먼저 뮤직센터에서는 LA 필하모닉의 체임버 뮤직에서부터 오케스트라와 합창까지 무려 7개의 공연을 준비했으며, 아만슨 디어터에서는 센터 디어터 그룹의 ‘다우트’(Doubt) 공연이 열리게 된다. 연극 입장은 20달러이며, 뮤직센터는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에서 열리는 공연을 제외하고 거의 무료.
또한, 그랜드 애비뉴와 만나는 3가와 4가 사이의 무대에서는 ‘그랜드 퍼포먼시즈’ 공연이 종일 계속되며, 레이디 오브 엔젤스 성당에서 오르간, 합창 등의 콘서트와 초크 드로잉이 열린다.
한편, 뮤직센터 플라자와 거리 곳곳에서는 콜번 스쿨의 마임, 발레, 재즈 공연과 길거리 아트 시범 및 웍샵인 스트릿 페인팅, 유명 식당 요리사 두 명과 LA타임스 푸드 크리틱이 보여주는 쿠킹 시범 ‘타말리 만들기’, 드럼 서클, 그리고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아트 웍샵이 마련되어 있다.
이 날 하루동안 현대미술관 MOCA의 입장은 무료이며, LA 중앙도서관과 화랑 지구 갤러리 로에서도 특별 프로그램을 마련해 두고 있다. 중앙도서관 프로그램들은 4~10세에게 적합하며, 현대미술관 입장은 5세부터 가능하다.
끝으로, 크래프트 및 디자인을 판매하는 부스들이 설치되어 다양한 수공품을 구경하거나 살 수 있으며, 다운타운 내 7개 식당과 기타 음식관련 업체가 참가하는 ‘다운타운의 맛’ 부스에서 5달러 이하에 각종 음식 샘플을 맛보게 된다.
일시: 10월7일 토요일 오전 11~오후 5시
장소: Grand Ave., Downtown Los Angeles (Temple & 4th St. 만나는 곳)
입장: 일부 뮤직센터 프로그램을 제외한 모든 퍼포먼스와 길거리에서 열리는 행사 및 현대미술관 입장 무료
쪾문의: (213)624-2146
www.downtownla.com/GAF_home.asp
어린이·청소년 위한 노호 아트와 시 페스티벌
(NoHo Children & Youth Art and Poetry Festival)
<야외 예술제 웍샵은 아이들이 직접 배우고 예술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충족감과 자신감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경험이다.>
할리웃의 예술지구 노호에서 2세부터 16세까지를 대상으로 마련하는 예술제. 올해로 6회째를 맞는 행사로서 22개 소극장이 모여 있는 이 지역 예술인들이 아이들에게 시각 미술과 디어터 아트의 다양한 형태를 소개하고 직접 만들어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려는 의도에서 시작되었다.
전적으로 아이들과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미술이나 공작에 특히 관심 있거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아이들은 종일 7~8개의 예술품을 완성하기도 한다. 또한, 미술을 즐기지 않는 아이들도 새로운 재료와 기법, 그리고 제작과정을 하나씩 배우는 웍샵을 통해 재미있는 체험을 한다고 생각하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것.
또한, 비주얼 아트보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는 시 창작 웍샵을, 행동으로 움직이는 것을 선호하는 아이들에게는 마임 웍샵을 권할 수 있다.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시 쓰기와 읽기를 배우는 포이트리 잼(Poetry Jam), 클레이 창작(Clay Creations), 티베트 평화 깃발 만들기, 손 인형 제작, 윈드차임 장식물 만들기, 가면 만들기, 모자이크 아트, 마임 배우기 등이 있으며, 모든 재료와 전문 예술인 교사가 준비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로는 필리핀 댄스, 초등학교 합창단, 청소년 마리아치 밴드 등이 출연하는 무대가 꾸며질 예정.
청소년 가족들은 예술제 참가 후 노호 거리를 거닐며 독특한 소극장 분위기를 느껴보거나 연극 한 편 정도 감상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소극장 스케줄은 www.nohoartsdistrict.com에서 찾을 수 있다.
일시: 10월7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장소: North Hollywood Park and Senior Center in NoHo Arts District, 11430 Chandler Ave., North Hollywood
입장: 무료
문의: (818)782-0470
베벌리힐스 아트 쇼 ‘어페어 인 더 가든’
(Affaire in the Garden)
<예술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야외공연. 즉석 공연에서부터 전문 디어터 그룹의 연극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각종 페스티벌 중에서 가장 드라마적인 제목을 가진 베벌리힐스의 야외 아트 쇼이다. 1973년부터 매년 봄과 가을 두 차례에 나뉘어 열리는데, 방문객이 4만명을 넘을 정도로 서부 지역에서는 널리 알려지고 사랑 받는 행사다. 전통적으로 5월 쇼의 규모가 조금 더 큰 편이지만, 10월에도 200여개가 넘는 전시 부스가 설치된다.
어페어 인 더 가든의 가장 큰 매력은 로데오 드라이브와 인접한 1.9마일 길이의 아담한 베벌리 가든즈 팍에서 열린다는 점. 도시 한복판의 14개 블럭을 차지한 산책로를 따라 100년된 나무들과 돌 벤치 사이에서 회화, 사진, 조각, 보석, 도자기 등의 예술품을 감상하는 재미가 색다르다. 또한, 장미 가든, 선인장 가든, 그리고 정교한 조각품으로 만들어진 분수가 일품이어서 한가하게 휴식을 취하기에도 적합하다.
아이들 프로그램으로는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아트 거리’(Avenue of Art for Children and Families)가 열린다. 샌드 아트(Sandbird Sand Art), 장신구 만들기(Happy Charms Shrink Art), 에어 브러시 파티 페이스(Party Faces-Air Brushed Faces), 티 셔트 아트(T-Shirt Art), 바디 페인팅 시범(Henna Body Painting & Fine Art Etching Demonstration), 나무 조각(The Castle Block Garden), 일반 페인팅(Fun with Paint) 등 일곱 분야로 나뉘어 웍샵과 시범이 진행된다. 각 분야별로 전문 아티스트 및 아트팀이 일일교사를 맡아 지도한다.
일시: 10월14~15일 주말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어린이 크래프트 프로젝트는 오후 4시까지)
장소: Beverly Gardens Park (Santa Monica Blvd. 선상 Rodeo Dr.에서 Rexford Dr. 사이)
입장: 무료
문의: (310)550-4796, www.beverlyhills.org
정이온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