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그 가을 감사함

2006-09-15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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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연<수필가>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절대 못 잊을거라고, 안 잊겠다고 다짐하며, 기도와 격려와 위로를 해 주시며, 함께 하셨던 분들에게 감사의 편지를 쓰던 그 가을.
사람은 이타한데가 있어 불과 이태 전 일인데, 요란 떨던 그 때를 자연스럽게 잊으며 지나갔다.

그 가을도 요즘처럼 늦 더위에 한 낮은 여름 기분 내기에 좋았고, 갑자기 들러 주신 옛 고객과 푸성귀로 점심 한상 차려 대접한 후, 언제나 그랬듯이 뒤뜰의 화분을 보면서, 가꾸는 꽃과 야채에 대해 일가견을 피력하며 한가스레 시간을 보내더니, 밀렸던 일들에 대한 중압감이 작용했었나보다.
남들이 말하던 만성 피로, 스트레스, 성인병, 특히 뇌졸중, 우리와는 무관 했었던 단어들이 순식간에 병명으로 기록 되어지며, 보냈던 절박한 나날.
기적이 아무 때나, 아무에게나 일어나면 희귀성과 희소성의 법칙을 위반 하는 것 이라고 우겨대며, 논리와 순리대로 세상일은 펼쳐진다는 이치를 장시간 설명 했던 때를 뒤로 하고,오직 절대자의 기적만을 간구 했던 시간.
나의 엷은 학식을 비웃으며, 의학적으로 5 % 미만의 기적과, 절대자의 완벽한 기적은 우리를 찾아 왔다.
그 가을, 파란 하늘을 봐도 감사했고, 가을이 익는 들판을 봐도 감사했고, 얼굴에 닿는 바람도, 눈을 감기게 하는 햇빛도, 등에 내리쬐는 햇볕도, 가려주는 구름도 감사했고, 부모님 형제 자식 우리 부부도, 주변의 모든 분들도 감사했고, 하는 일도, 주신 일에도 감사했고, 끊이지 않는 감사함에도 감사했다.
그리고 매일 격려와 위로해 주시는 분들의 따뜻한 사랑을 배웠고, 세심한 배려도 배웠고, 진정한 섬김도 배웠고, 억지가 아닌 자발적 동참이란 것도 배웠으며, 나도 그리하리라는 깨우침도 배웠다.


그런데, 그 가을이 다시 와서, 자연은 순리대로 예전과 다름없이 열매를 맺고 있는데, 기적을 경험하고 감사함을 배웠던 나는 어찌 아직 그대로인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것에 감사하던 그 마음은 어디로 향했고, 배운 사랑과 배려와 섬김은 잘 포장하여 보기 좋은 곳에 진열 시켜놓고, 그리 하겠다던 다짐은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희석시켜 오늘도 자기 합리화 한다.
이 가을, 순리대로 펼쳐지는 세상의 이치를 꽤 뚫고 있다면서, 배운 것을 실천해야 되는 이치는 아직 뚫지 못한 과제임을 볼 수 있도록 본이 되어 주신 분들께, 그 가을의 절실한 심정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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