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1세 교사 입지 ‘흔들’
2006-08-30 (수)
수업배정 시간 줄고 영어 부족·종신직 이유로 사임 압력도
소수계 한인학생들의 공교육 지원을 위해 한때 대거 채용됐던 뉴욕의 한인 1세 교사들이 이제는 영어부족과 종신직 경력교사라는 멍에 때문에 교육계에서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ESL/이중언어 교육을 받을 한인 이민자 학생들이 갈수록 줄어 이중언어가 가능한 1세 교사의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수업시간표를 아예 배정받지 못하는 한인 교사까지 생겨나고 있지만 대다수 종신직이어서 학교가 함부로 해고할 수는 없어 보이지 않는 사임압력에 시달리는 처지로 전락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블룸버그 행정부 집권 이후부터 교장·교감 등 교육행정직에 진출하는 젊은 교육자들이 늘어나면서 경력교사들과 형성된 마찰구조 속에 영어 구사력에 한계가 있는 1세 교사들이 보이지 않는 차별을 받으며 서서히 밀려나고 있다.
뉴욕시 공립학교 교사 경력 20년을 눈앞에 둔 한 한인교사도 지난 2005~06학년도 업무평가에서 처음으로 낙제(Unsatisfactory)를 받았다. 한때 각종 교육자상을 휩쓸며 능력을 인정받았던 해당교사는 한인 ESL학생이 줄자 수업을 맡을 학급이 없어져 그간 타 학급 보조교사로 일해 왔다.
하지만 얼마 전 새로 부임한 젊은 교장·교감이 소위 교사 물갈이를 하고자 그를 포함한 5명의 소수계 경력교사에게 영어 액센트 등을 문제 삼아 낙제평가를 내렸다는 주장이다.
뉴욕시 경우 일단 낙제평가를 받으면 기록에 남아 타 학교로 전근이 어렵고 종신직이라도 2년 연속 낙제평가를 받으면 교직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20년을 채우지 못하고 은퇴하면 많게는 수천 달러의 연금 혜택에도 차이가 생겨 노후대책마저 위협받게 된다.
이 같은 한인 1세 교사들의 위기는 이미 워싱턴 DC에서 20여년간 봉직하고도 영어실력과 업무수행 능력부족을 이유로 교사 재임용에서 탈락한 김순자(62) 교사 사례에서도 보여 지고 있다.
뉴욕한인교사회 이원숙 회장은 “이중언어교사는 일반교사보다 더 많은 자격증을 취득해야 하는 등 노력이 두 배로 드는데 비해 이민자 학생들이 계속 유입되지 않으면 자리를 보존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며 “추가로 다른 과목 교사자격증을 취득하며 나름대로 생존전략을 강구해야 하는 것이 1세 교사들의 현주소”라고 설명했다.
내년 1월부터는 이민자 학생들도 ESL 영어성취도 시험 대신 일반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일반 영어시험을 치러야 할뿐 아니라 교장의 권한을 크게 강화한 임파워먼트 학교도 늘어난 상황이어서 앞으로 한인 1세 교사들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