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혼 깃든 ‘베트남전 대서사시’
전쟁에 관한 궁극적 선언이라 불리는 베트남 전에 관한 장엄하고 초현실적인 서사극으로 젊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가 1979년에 감독한 걸작이다.
코폴라는 조셉 콘래드의 소설 ‘암흑의 심장’을 원작인 이 영화를 필리핀에서 찍었는데 그가 악조건 하에서 영화를 찍는 모습을 담은 기록영화 ‘암흑의 심장’(Hearts of Darkness·1991)이 영화만큼이나 흥미진진하다. 코폴라는 혹서와 습기, 태풍과 긴 촬영시간 외에도 주연인 마틴 쉰이 심장마비를 일으켜 영화를 제대로 완성하지 못할 뻔했었다. 순전히 그의 초인적 의지와 예술 혼이 만들어낸 전쟁영화의 기념비적 작품이다.
전쟁의 광기에 머리가 돌아버린 채 캄보디아의 정글에서 원주민들을 거느리고 신처럼 사는 대령(말론 브랜도)을 살해하기 위해 해군대위(마틴 쉰·사진)가 오합지졸로 구성된 분대원들을 소형 순찰정에 태우고 메콩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 중심 내용.
전쟁의 광기를 현란한 악몽처럼 그려 약 먹고 취한 기분을 느끼게 만든다. 여러 가지 인상적인 장면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공스런 것은 부시의 이복형제 같은 킬고어 중령(로버트 두발)이 바그너의 오페라 ‘링’에 나오는 ‘발퀴레의 비상’을 요란하게 튼 채 공격용 헬기를 몰고 와 베트남 마을을 까부수는 장면. 킬고어는 지상에 착륙한 뒤 “나는 아침의 네이팜의 냄새를 좋아한다”고 으스대는데 그는 미국의 호전파들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다. 쉰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되는 영화에서 브랜도는 영화가 끝나기 25분 전에야 출연, 삭발한 부처 같은 모습으로 횡설수설하는데 카리스마가 가득하다.
8개의 오스카상 후보에 올라 촬영(비토리오 스토라로)과 음향상을 받았다. 이 영화는 당초 개봉시 편집돼 153분짜리로 상영됐는데 2001년 잘려진 부분(프랑스인 농장 장면)을 복원한 202분짜리가 나왔었다. 코폴라는 긴 것을 보라고 권한다.
패라마운트가 1979년도 판과 2001년도 판이 모두 수록된 2장의 디스크로 된 DVD ‘지옥의 묵시룩: 완전판’(Apocalypse Now: The Complete Dossier)을 출시했다. 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