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더운 여름날의 단상

2006-07-21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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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숙<방송인>

한여름에 느끼는 더위는 계절에 따라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어서 굳이 불평을 한다는 것이 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 이번 주는 베이 지역 전체가 더위를 머금고 지낸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뜨거운 열기가 곳곳마다 넘실대고 있나 봅니다. 그러나 따가운 햇볕을 피할 곳이 한군데 있긴 합니다. 바로 베이의 중심인 샌프란시스코입니다. 제아무리 타는듯한 열기를 인해 목마르다가도 샌프란시스코를 향해 들어오기만 하면, 산언저리에 머물고 있는 하얀 안개가 불현듯 온몸을 감싸 안으며 더위로 지친 몸과 영혼을 식혀준답니다. 태평양 바다를 끼고 있는 축복의 도시, 샌프란시스코가 던져주는 선물입니다. 싸늘하니 식어 내리는 기온을 인해 오히려 몸에 걸칠 것을 찾아야만 하는 걸요. 베이 브리지를 통과 하다 보면 다리 위에 긴 팔 벋듯이 늘어져 있는 몽실몽실 혹은 아스라한 모양의 안개가 사방 천지에 넘실대고 있음을 발견합니다. 골든게이트 다리도 마찬가지 현상이 연출됩니다. 다리 반쪽은 안개가 또 다른 반쪽 부분은 햇볕이 차지하고 서로 힘겨루기를 하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습니다. 짙푸른 바다를 밑에 깔고 붉은빛의 다리가 흰색의 안개와 금빛의 햇살을 배경으로 어우러져 내는 그림을 상상해 보십시오. 너무 근사하고 멋진 도시라 생각지 않으십니까.

햇볕이 좋아서 요즘은 빨래를 건조기에다 말리는 것이 아니라 바깥 햇살에 걸어 말립니다.비록 구김은 남아 있어서 손바닥으로 펴야 하는 수고가 따르기는 하지만 탈수되어 나온 세탁물을 양손에 잡고 탁탁 털어 걸어 놓으면 반나절이 채 못되어 바삭하니 마른답니다. 비누 냄새가 솔솔 풍기는 것이 여간 상쾌한 것이 아니지요. 뒷마당에 피어난 노란색 꽃과 초록잎사귀를 수도 없이 매달은 나뭇가지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결에, 속옷이며 아이들 겉옷들이 자연의 향내를 머금고 깨끗한 모습으로 말려진 것을 차곡차곡 개다 보면 잡다한 생각이 사라지게 되고 내 마음도 정결하니 정돈이 되는 것을 느낍니다. 마음에 부대끼는 일이 있어서 혹여 불편했다면 더운 날씨를 벗삼아 빨래를 걸어 말리는 일을 해 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건조대에 널 때에 미리 종류별로 구분을 지어놓으면 갤 때의 일이 반으로 줄어듭니다. 빳빳하니 마른 티셔츠는 마치 다림질을 한 것처럼 반듯하게 말라 있어서 그 또한 좋습니다. 바쁜 생활에 빨래 갤 틈도 없이 총총거리며 살고 있는데 무슨 자연 건조 운운하느냐고 한 소리 하실지도 모르지만, 생각은 하기 나름이니까요. 바람과 햇볕에 말려진 옷가지들을 정리하면서 새삼 반듯해지는 일을 경험하는 것도 나쁘진 않습니다. 그 와중에 주위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노라면 구겨졌던 내 영혼마저 깨끗하게 빨려져서 함께 개어지고 있는 걸 발견하게 될걸요 뭐. 사는 걸 이처럼 단순하게 바라보고 느낄 수 있음도 행복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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