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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결승전 /2%의 허점을 찾아라’

2006-07-06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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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독일 월드컵이 프랑스와 이태리의 결승전으로 압축됐다. 이태리는 82년 이후 24년만에, 프랑스는 98년 이후 8년만에 결승에 올라 세계 축구의 지존을 가리는 한판 승부를 펼치게 됐다. 스타파워는 프랑스, 팀웍은 공수 구별없이 빗장수비를 펼치는 이태리가 단연 앞선다. 이태리는 세계적인 명성의 토티를 거느리고 있지만 11명이 일사불란, 팀웍과 조직력으로 뭉쳐 난공불락의 전차군단(독일)을 상대로 베를린 함락에 성공했다. 반면 프랑스는 황금발 지단이 있다. 위대한 지단이 결승전에서 다시한번 8년전 브라질을 상대로 보여줬던 킬러 본능을 보여준다면 이태리도 승부를 장담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이태리-프랑스 전을 ‘팀웍 vs 스타파워’로 압축시키고 있다. 앙리와 지단이 얼마만큼 이태리의 조직력을 휘젖는가에 승부가 달렸다는 것이다.
객관적인 전력에선 이태리가 단연 앞선다. 이태리는 월드컵 6경기에서 단 한골밖에 허용치 않는, 철옹성 수비를 구축하고 있다. ‘디펜스 윈 챔피언’이라는 격언이 있듯이 가장 이상적인 축구를 펼치고 있는 팀이 이태리 팀이다. 반면 프랑스는 주장 지단 등이 이번 결승전을 마지막으로 은퇴하는, 늙은 수탉들이 모인 팀이다. 이태리의 강인한 수비를 상대로 체력이 얼마큼 버텨낼지 의문시 되고 있다. 물론 프랑스는 호락호락 무너질 팀은 아니다. ‘아트삭커’라는 별칭이 말해주듯 가장 창조적인 축구를 펼치는 팀이 바로 프랑스다. 프랑스는 대 브라질전에서 브라질의 삼바축구를 상대로 공격루트를 읽어내는, 판단력있는 축구로 열세 예상을 뒤집고 승리했다. 정교한 패스웍, 현란한 드리볼은 눈에 보이는 기술적인 축구다. 그러나 작전, 공간활용의 창의적인 축구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대등한 기술, 실력을 갖춘 팀이 맞붙을 경우 승부를 가르는 오차는 크지 않다. 결국 작전이 승부를 가를 수 밖에 없다. 프랑스는 기동력, 투지, 폭발력도 없다. 그러나 틈새을 노린 아트삭커로 강적들을 상대로 연전연승하고 있다.

현대축구는 기술, 조직력에선 대체적인 평준화가 이루어졌다. 특히 강팀끼리의 일전에선 작전만이 살길이다. 체력과 투지를 갖춘 인파이터를 무너뜨리는 것은 짧게 끊어치는 아웃복서의 원투 스트레이트다. 프랑스의 창의적인 공간활용, 예리한 원투 스트레이트에 철옹성 이태리라고 무너지자 말란 법 없다. 문제는 프랑스가 갖고 있는 고유의 허점이다. 프랑스는 우승후보 1순위로 꼽기에는 어딘가 카리스마가 부족한 팀이다. 지단, 앙리 등이 눈부신 플레이를 펼치고 있지만 카리스마의 무게추는 역시 이태리로 기운다. 이태리는 무식한(ugly) 축구의 상징과 같은 팀이다. 특별한 작전 같은 것이 없다. 10명의 공격수, 10명의 수비수가 유기적으로 뭉쳐있을 뿐이다. 공수에 이리저리 쏠리면서도 허점이 없다. 단 한차례의 골(자살골)밖에 허용치 않은 로마의 투사, 이태리가 무너지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자멸밖에는 없다.
프랑스가 이태리를 이기기 위해서는 대 미국전에서 처럼 자살골을 유도하는 수밖에 없다. 즉 수비에 집중하는 이태리를 상대로 무리하게 골을 의식하느니 보다는, 이에는 이, 수비에는 수비로 맞서는 작전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우스운 작전이다. 그러나 어떤 수로든지 허점을 찾아야 산다. 독일처럼 먹히지 않는 공격으로 진을 빼느니 수비작전이 나을 수도 있다. 극단적인 경우 패널티킥 승부에 두려움을 갖고 있는 이태리를 상대로(월드컵에서 패널티킥 역대전적 0승4패) 무승부 작전으로 맞서는 것도 이태리 압박에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아무튼 결승전 양팀은 압도적인 전력 차이가 없다. 2%의 허점을 누가 찾느냐에 성패는 갈릴 것이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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