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벽 높지 않다
2006-06-15 (목) 12:00:00
이변은 없었다. 우승후보도 나타나지 않았다. 독일이 16강 진출을 확정지었고, 브라질, 아르헨티나, 이태리 등이 1승을 챙기고 16강진출의 고지를 점령했으나 월드컵은 아직 혼전중이다. 특출한 팀이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2002년도 우승국 브라질은 1차전에서 크로아티아에 1-0으로 고전, 호나우두등 스트라이커의 노쇄현상을 드러내며 발톱빠진 모습을 보였고, 2002년 준우승팀 독일도 16강진출을 확정지었으나 폴란드전에서 고전하면서 우승후보로 꼽기에는 아직 시기상조임을 드러냈다.
이번 2006 독일 월드컵은 특출한 강호도 없지만 눈에 뛰는 약체도 없다. 코스타리카, 폴란드 등이 2패를 먹고 16강 진출에 실패했으나 코스타리카는 독일과의 1차전에서 2골을 넣는 등 나름대로 대등한 경기를 보여주었다. 폴란드 역시 독일전에서 패배했지만 종료직전까지 0-0 무승부를 이끌며 결코 호락호락한 팀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아프리카 팀들의 몰락은 다소 이변이었다. 특히 아프리카의 선두주자 가나가 이태리 전에서 2-0으로 완패하므로써 아프리카의 위상이 한 풀 꺾이고 말았다. 코트디부아르(아이보리 코스트), 토고, 앙골라 등이 아리헨티나와 한국, 포루투칼 등을 상대로 각각 1패를 먹고 16강 진출의 적신호를 켰으며, 북아프리카 튀니지를 빼고는 모두 패했다. 한국은 첫 상대 토고를 꺾고 나름대로 순항하고 있다. 정상급 프레이어들이 득실거리는 유럽팀, 남미의 삼바축구, 체력과 개인기의 아프리카 축구 틈바구니에서 첫 승을 따내며 크게 고무돼있다. 박지성, 안정환, 이영표 등이 유럽에서 쌓은 경험이 크게 한 몫하고 있으며 투지와 스피드로 체격, 개인기의 열세를 딛고 토고에 2-1로 역전승, 16강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특히 G조의 강적 프랑스와 스위스가 1차전에서 0-0 졸전을 보임으로써 한국도 한번 해볼만하다는 자신감을 갖게됐다.
한국이 자력으로 16강 진출을 확정짓기 위해서는 무승부보다는 남은 2경기에서 1승이 필수다. 한국이 특유의 투지와 스피드를 이용하면 프랑스는 물론, 알프스 산맥을 넘지 못하라는 법 없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투지와 스피드, 독자적인 장기를 살려야함은 두말할 나위없다.
아프리카 축구가 비롯 고전하고있으나 코트디부아르(아이보리 코스트) 대 아르헨티나 전은 이번 월드컵 경기중에서 가장 감동적인 경기였다. 코트디부아르가 비록 2-1로 패했으나 문전처리 미숙을 제외하고는 체력, 개인기 등 모든 면에서 아르헨티나를 압도했다. 지칠줄 모르는 체력, 기본기로 다져진 코트디부아르는 야생마처럼 미들필드를 누비며 0-2으로 뒤지던 열세 상황에서도 1골을 만회하며 감격의 패배(?)를 안았다. 코트디부아르와 같은 기본기, 체력이 다져진 상황에서는 경험의 장벽은 그렇게 높지 않다. 유럽 프로팀에서 얻은 경험은 1차전에서 유용하게 써먹었다. 문제는 2차전 부터다. 착실한 기본기, 근성있는 한국 축구의 아이덴티티를 살린다면 프랑스의 벽도 높지 않다.
<이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