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 방송, 언어순화 앞장서야

2006-05-19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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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마디

▶ 김지현 <훼어팩스, VA>

최근 한국 방송가에서는 우리말 제대로 알기에 대한 열풍이 거세지면서 순 우리말에 대해 알아보는 퀴즈 프로그램과 교양 프로그램이 많이 제작되고 있다. 이 같은 열풍은 10대 청소년들 사이에 쓰이는 은어, 비속어, 그리고 인터넷 이용자들 사이에 사용되는 신조어들이 아름다운 우리말을 해치고 있다는 반성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이곳 워싱턴 한인 방송들에서는 아름다운 우리말보다는 국적불명의 언어들이 난무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한 방송국에서 자체 제작한 부동산 매물 관련 정보 프로그램에서는 한국말과 외래어가 거의 반반씩 사용되고 있는데 무척 귀에 거슬린다. 예를 들어, “오늘 소개해드릴 집은 좋은 로케이션을 자랑하는 럭셔리한 타운홈으로...”, “리모델링을 통해 익스텐션한 이 스페이스는 가족들의 프라이빗한 공간으로 손색이 없는...”등의 표현들이 거리낌없이 나오는데, 우리말로 표현할 수 있는 부분까지 일부러 영어식 표현을 사용해 어색한 느낌을 주고 있다.
게다가 자막에서 ‘예쁜’을 ‘이쁜’으로 적는 등 우리말 어법과 맞춤법도 틀리는 부분이 너무 많다. 방송에서조차 이런 말들이 버젓이 사용된다면 자라나는 한인 1.5세, 2세 청소년들의 한국어 교육에 큰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민 온 뒤 차츰 한국말을 잊어 가는 자녀들의 모습을 보고 안타까워하고 있는 학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동포 방송들이 아름다운 우리말을 보존하고 널리 알리는데 앞장서줬으면 하는 바램을 갖는다.
김지현 <훼어팩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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