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지 / 변호사 Prosper Law PLLC 대표
미국의 심리학자 존 가트맨(John Gottman) 박사는 40년에 걸쳐 수 천쌍의 부부 관계와 갈등을 연구하면서, 이혼을 예측하는 가장 강력한 지표로 비난(criticism), 경멸(contempt), 방어적 태도(defensiveness), 벽 쌓기(stonewalling)를 제시했습니다. 이 중에서도 경멸은 존중의 부재를 의미하며, 가장 해로운 요소로 작용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는 이 존중의 결핍이 부부 간 감정적 파탄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합니다.
결혼 초반에는 서로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배우자의 꿈, 관심사, 트라우마, 인간관계까지 세심히 알고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더 이상 서로의 생각이나 감정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부부들이 많습니다. 배우자에 대한 무관심,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의 감소는 점점 정서적 단절감을 불러옵니다.
서로에 대한 존중이 사라지면 관계는 약해집니다. “그 사람은 나를 무시해요” 라는 말은 감정적으로 매우 치명적인 수준의 고통을 드러냅니다. 가트맨은 이것을 ‘경멸(contempt)’ 이라 명명하며, 이혼을 예측하는 가장 강력한 신호로 보았습니다. 의견 충돌을 넘어 성격을 공격하거나, 조롱하고 무시하는 행동이 반복되면, 부부 관계는 빠르게 파탄에 이를 수 있습니다. “넌 항상 이기적이야”, “넌 아무것도 제대로 못해”, “당신이 뭘 알아”, “모르면서 나대지 마”, “어디서 아는 척이야” 등 상대방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말투와 태도는 기본적인 존중의 붕괴를 의미합니다.
또한, 의사소통의 단절 (회피, 침묵, 무반응) 역시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문제가 생겨도 피하거나 침묵으로 일관할 경우, 상대방은 자신의 감정을 혼자 짊어지게 되며 극도의 외로움을 느끼게 됩니다. 이런 대화의 단절을 가트맨 박사는 벽 쌓기(stonewalling) 라고 지칭하는데, 이는 대화를 의도적으로 거부하여 중요한 문제를 논의할 수 없게 만들고, 부부 관계의 개선도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더불어, 배우자의 성격, 태도, 습관을 통제하거나 억지로 바꾸려는 시도는 갈등을 심화시킵니다. 권위적인 지배나 독단적 의사결정이 반복되면, 상대방의 자율성을 침해하게 되고, 결국 부부 관계는 파탄에 이르게 됩니다. 배우자는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인생을 걸어가는 동반자 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애정’이나 ‘존중받고 있음’이라는 정서적 유대감보다는, 외형적인 조건(재산, 직업, 외모 등)을 중시하거나 사회적인 압력에 의해 결혼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자신을 존중해 주고, 자신도 존중할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하는 것, 그것이 결혼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본질적인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쉽게 말해, 처음부터 상호 존중이 없는 관계에서는, 결혼을 한다고 해서 존중이 갑자기 생겨나지 않습니다. 또한, 원만한 부부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상호 간의 배려와 끊임없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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