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과 맛을 아는 생활...약간만 더 세심한 감각을 더하여
로케이션, 로케이션! 잘 아는 말이다. 그러나 이것은 부동산 광고가 아니라 얼마전 읽었던 음악 평론가가 쓴 글의 제목이었다.
연극이나 오페라 또는 뮤지컬 뿐 아니라 영화관엘 가도 어느 자리에 앉는가는 무척 중요한 일이다. 또는 피아노 독주나 피아노가 중요한 음악회에서는 연주자의 손이 보이는 자리를 찾는 사람이 있는 것은 안다. 그러나 보통 음악회에서야 사실 어느 자리에 앉는다 해도 소리는 다 들리는 건데, 무슨 ‘로케이션 로케이션’이라니...?
이 평론가는 카네기 홀, 앨리스 털리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 등등 각 음악회 장마다 층과 자리에 따라 어떤 악기의 소리가 어떻게 달리 들리는가를 자세히 쓰고 있었다. 카네기홀 3층, 맨 꼭대기에서의 아슬아슬했던 경험이 있는 나는 ‘그렇구나. 진정한 음악 감상이라는 것이
이런 정도구나’ 새로운 눈이 뜨는듯 했다. 너무 까다롭다고만 표현할 수 없는, 아주 디테일 한 부분에까지 촉각을 세워 그 ‘진수’를 맛보는 멋진 삶의 모습이다. 대학 1학년 때 ‘왜 그, 아직 저녁노을이 되기 직전의 그 하늘 색 있잖아...’했을 때 ‘맞아 맞아’해서 친해진 친구는 아직도 나의 ‘베스트 프랜드’이다. 이 세상에는 수억 수천가지의 색이 있다. 그 각각의 색들이 어울려서 얼마나 다른 이미지와 다른 기분을 연출하는가를 생각할 사람은 화가나 디자이너들만이 아니다. 일상의 작은 부분에 [세심하게] 색( Color)을 적용시키고 그것을 즐기고 감상할 수 있다면, 마치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발견 한 것만큼이나 삶의 관점이 달라지는 일이라 하면 좀 과언일까?
예술의 나라 불란서 사람들이 즐기는 술답게 와인의 맛은 무척 예술적이다. 포도가 자란 지방과 그해의 기후와 또 처리하는 과정과 저장된 기간에 따라 품고 있는 수천 수 만 가지의 다른 맛을 표현하는 것을 보면, ‘약간의 통나무 냄새와 바닷바람이 섞인 과일의 맛’이라는 등 아주 세부적으로 파 해치는가 하면, ‘산바람에 실려 오는 꽃향기..’라든가 ‘봄비 내리는 아침 땅내음이라든가...’ 가히 시적이다. 처음 파리에 갔을 때 온갖 파스텔 색조의 수십 종류의 아이스크림을 파는 가게에서 내가 ‘바닐라’맛을 시키는 것을 보고 같이 갔던 친구가 화를 냈다. 읽기에 어려운 맛은 몰라도 ‘오렌지+민트’ 정도는 시켜 먹어봐야 하는 것이었다. 반복되는 일상생활의 무미건조함을 깨기 위해 대단한 용단과 커다란 변화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늘 습관처럼 지내버리는 작은 일들에 약간만 더 세세한 디테일을 더해보면 될 것 같다. 초콜릿, 바닐라, 스트로우 베리...가 아닌 다른 맛의 아이스크림을 가끔 맛본다든가...아니면, 한번쯤은 음악회의 3등표에서 한 등급을 올려본다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