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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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평등과 사우나의 나라 핀란드

2006-01-3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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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평등과 사우나의 나라 핀란드

겨울철 헬싱키는 북극현상으로 하루 중 18시간이 밤이다. (자료)

6년 임기의 대통령도 여성, 17개 정부부처중 8개 부처에 여성장관

사우나가 집값 좌우

헬싱키는 요즘 하루 24시간 중 밤이 18시간이나 계속되고 해가 있는 낯은 불과 6시간이다. 핀란드의 남단인 헬싱키니까 그나마 햇빛을 볼 수가 있지 북쪽 도시들은 하루종일 밤이다. 여름에는 정반대다. 이른바 백야가 계속되어 24시간 내내 낯이며 밤은 극히 짧다. 북극에 가까운 탓으로 겪어야 하는 핀란드의 필연적인 운명이다.
날씨와 기후가 이렇기 때문에 여기에서 파생하는 기현상들이 있다. 우선 핀란드에는 우울증 환자들이 많다. 그리고 알콜 중독자 숫자도 인구에 비해 높다. 스트레스가 심하니까 커피도 자주 마시게 된다. 그래서 핀란드는 1인당 커피 소비량이 세계 최고로 한 사람이 하루 평균 9잔을 마신다.
기후에서 오는 탓인지 핀란드인은 유난히 눈이 파랗다. 성격도 조용하고 목소리가 굉장히 낮다. 대신 인내심이 강하다. 핀란드 여행에서 가장 조심할 것은 식당 등 공공장소에서 크게 떠들면 다른 사람들이 싫어한다는 점이다. 모두 쳐다본다. 목소리 톤이 높은 이탈리아인, 중국인, 코리안들은 핀란드에서는 신경 좀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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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장지대의 사우나. 호수 위에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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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인들은 사우나를 한다음 얼음냉탕 하는것이 자연스런 순서로 되어 있다.

핀란드인의 모든 습관은 춥고 우중충한 기후와 연결시키면 이해가 된다. 핀란드인의 생활 필수조건처럼 되어 있는 ‘사우나’가 대표적인 예다. 사우나를 빼놓고는 핀란드를 상상할 수 없다. 인구 520만명에 사우나가 220만개나 되며 2000년의 전통을 자랑한다. 집집마다 사우나가 별채로 지어져 있고 아파트 값도 사우나 시설이 얼마나 좋고 화려한가에 의해 좌우된다.
사무실 빌딩에도 직원들을 위한 사우나가 만들어져 있고 외국에 부임하는 핀란드 대사는 공관에 우선 사우나 시설부터 갖춘다. 최근 EU(유럽연합)에서 핀란드가 주요 직책을 맡게되자 EU 건물 안에 2개의 사우나를 설치하기로 결정해 화제가 되고 있다. 남녀가 사우나를 같이 쓰기도 하지만 그것은 가족의 경우가 대부분이고 보통 남녀 사우나가 별도로 구분되어 있다. 사우나 실에 들어갈 때는 자작나무 가지를 들고 들어가 몸을 가볍게 때리면서 마사지한다. 시골에서는 핀란드 여인들이 아이를 사우나 안에서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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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여성들의 생활력은 놀라울 정도다. 젊은 여성들이 스스럼없이 시장에서 팔을 걷어붙이고 장사하는가 하면 대형버스 운전사도 마다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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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의 여성들은 생활력이 강하고 모든 분야에서 남성에 뒤지지 않는다. 우선 핀란드의 할로넨 현 대통령(사진)이 여자다. 국민들의 인기가 대단하며 재선이 거의 틀림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 200명중 74명이 여성이고 장관 17명 가운데 8명이 여자다. 여성들이 정치파워를 갖고 있기 때문에 여성복지도 최우선이어서 출산휴가가 158일이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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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싱키 부두 앞 번화가. 헬싱키는 인구당 세계에서 셀룰라폰이 가장 많은 나라다.

전세계의 셀룰러폰 업계를 잡고 있는 ‘노키아’가 바로 핀란드 제품인데 이 회사 회장도 여성이고 얼마 전까지는 국립은행 총재도 여성이었다. 대학생 수도 여자가 50%를 넘고 핀란드 국교나 다름없는 ‘루터란 복음교회’ 총회장도 여성이다. 핀란드는 유럽에서 여성에게 투표권을 가장 먼저 부여한 나라다. 여자가 집에서 아이만 기르고 직업을 갖지 않는다는 것은 핀란드인에게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직장 못 구하면 시장에 나가 날품팔이라도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핀란드의 국민소득은 3만5,000달러나 된다. 핀란드는 일본과 함께 물가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나라에 속하기 때문에 핀란드 여행에서는 샤핑을 안 하는 게 마음 편하다.


이 철
<이사>
c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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