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열대·사막·극지… 희귀 동식물 있는 ‘작은 지구’ 서천 생태원

2025-12-19 (금) 12:00:00 이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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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서천군 국립생태원

충남 서천군이 생태관광도시로 성장한 것은 국립생태원 덕이 크다. 갯벌을 매립해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접고 국립생태원을 유치해 지역 대표 연구시설이자 관광시설로 자리매김했다. 생태원은 100만㎡ 부지에 연구·교육시설과 전시시설이 함께 들어서 있다.‘생태계 건강성 회복을 위한 생태 조사·연구와 생태계 복원 및 기술개발’이 기관 설립 취지라 일반 동식물원과는 다르다. 전국에서 밀수·밀렵 또는 유기된 동물을 보호하고 멸종위기동물을 비공개 구역에서 사육한다.

전시 생물 대부분은 원서식지와 유사한 환경을 재현한 ‘에코리움’에 있다. 국립생태원 관광객은 열대 사막 지중해 온대 극지를 각각 재현한 5개 온실(전시관)로 구성된 에코리움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내게 된다.

개별 온실에는 해당 기후의 온도와 습도 아래 각지 자생식물이 자라고 있다. 동선을 따라 어류 파충류 포유류 등도 전시돼 있어 동물원과 식물원이 합쳐진 모양새다. 5개 온실에는 식물 총 3,700여 종, 동물 240여 종을 전시 중이다. 마치 ‘작은 지구’와 같다.


가장 인기 있고 처음 입장하게 되는 곳은 열대관이다. 온실 중 가장 넓은 면적(3,232㎡)에 하계 35도 이하, 동계 22도 이상의 기온과 연중 60~90%의 습도가 유지된다.

입장하자마자 고온다습한 공기가 덮치는데 겨울엔 오히려 반갑다. 다만 추운 야외에 있다가 입장하면 렌즈에 습기가 끼니, 전문 카메라보다 휴대폰이 열대관 내부 촬영에 유용하다.

입장객에게 강렬한 첫인상을 안기는 건 피라냐 아로와나 피라루크 등 중대형 열대어류다. 열대림 특유의 울창하고 거대한 식생과 어울리게 물고기 체급도 크다. 전시 동물 170여 종 가운데 140여 종이 어류이고, 남은 30여 종은 양서·파충류와 무척추동물이다.

이어지는 사막관은 에코리움 인기 동물이 모인 온실이다. 관람객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는 프레리독과 앙증맞은 체형으로 사랑받는 사막여우가 살고 있다. 사막여우는 세계자연보전연맹 지정 멸종위기종(CITES) 2급으로 생태원에 두 마리가 전시돼 있다. 한 마리는 밀수된 여우의 자손이다.

생태원은 2014년 수단공화국에서 밀수돼 폐사 직전이던 사막여우 22마리 중 5마리를 살려냈는데 그중 하나가 어미다. 다른 한 마리는 국내 동물원 앞에 버려진 개체를 생태원이 인수했다. 외래 동물 반입 규제가 엄격하지 않던 시절엔 가정에서 밀수된 사막여우를 기르는 일이 왕왕 있었다고 한다.

지중해관과 온대관을 거쳐 극지관으로 이동하면 국내 유일의 극지 펭귄을 만날 수 있다. ‘남극의 신사’ 젠투펭귄과 턱끈펭귄이다. 극지관에는 남극세종기지와 화상으로 연결해 펭귄 등 극지동물의 생태를 관찰할 수 있는 ‘연구소’도 있다.

에코리움 외부 ‘에코케어센터’는 CITES 1급 긴팔원숭이 등 불법 사육하다가 압류된 멸종위기종을 보호한다. ‘CITES 동물보호시설’에서는 해당 동물에 대한 검역과 의료 관리가 이뤄진다. 이곳에서 보호하는 동물은 일반 관람객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이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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