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와 찻집
중국의 황제가 산책중 온수가 마시고 싶다하여 물을 끓이던 중 우연히 나무에서 떨어진 잎이 주전자 안으로 들어가서 시작됐다는 차. 도도한 커피에 가려져 빛을 발하지 못하던 차의 독특한 문화가 최근 그 은은한 향과 함께 미국에도 확산되고 있다.
소다팝 문화가 지배하던 미국에 언제부턴가 커피하우스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더니, 차츰 그린 티와 보바 티를 거쳐 이제는 점심과 저녁 사이 허기를 달래기 위해 간단한 빵과 함께 즐기는 영국식 오후 티타임이 유행하는 것.
물론 어느 도시에나 특정 상류층을 겨냥한 고급 티룸이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가격 면에서 일반인들이 선뜻 드나들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1~2년 사이 티에 대한 관심이 늘어남에 따라 대도시를 중심으로 일반 대중이 만족할 만한 가격대와 위치에 새로운 티룸들이 문을 열기 시작했고, 이와 동시에 고급 티룸에서도 차츰 대중을 위한 메뉴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오후 티타임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영국에서조차 수년간 커피 문화가 젊은이들 사이에 각광을 받다가 최근 다시 티 문화로 돌아서는 추세.
아침부터 저녁까지 쳇바퀴 돌리듯 바쁜 하루와 그 하루가 내일, 모레로 이어지는 일상 속에서 잠시 찻잔을 앞에 하고 좋은 사람과 대화라도 나누는 여유는 휴식,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오후 티타임이 인기를 얻는 이유도 바로 차 한잔이 주는 그런 마음의 여유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남가주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티룸 몇 곳을 방문하여 상승세를 타고 있는 차 문화의 모든 것을 알아보았다.
◆영국식 차의 종류
하이 티
블랙티, 얼 그레이에 육류포함 식사 서브
취급 티룸 거의 없어
애프터눈 티
다양한 차에 곁들여
샌드위치-스콘이어
가벼운 디저트로 끝
일반적으로 영국식 차 문화는 여성적인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와 남성들을 위한 하이 티(High Tea)로 구분된다. 미국에서는 하이 티의 어감이 세련되고 유행에 앞서는 듯한 느낌 때문에 두 가지 티를 같은 의미로 부르지만 실제로 하이 티를 서브하는 티룸은 흔치 않다.
하이 티의 경우 영국 전통의 블랙티, 얼 그래이 등의 차와 함께 육류가 포함된 식사가 마련되는데 비해, 애프터눈 티는 크림이나 레몬을 넣은 티와 스콘(비스킷과 롤의 중간쯤 되는 영국식 빵), 또는 토스트에 크림과 잼, 그리고 간단한 케익 등 가벼운 식단으로 짜여진다. 최근 유행하는 티룸의 메뉴는 모두 애프터눈 티인 셈이다.
애프터눈 티에는 서너 가지 다른 종류의 미니 샌드위치와 스콘, 그리고 가벼운 케익이나 과자가 준비된다.
스코틀랜드에서 처음 시작되었다는 스콘은 애프터눈 티의 하이라이트로서 데번 크림과 잼을 곁들여 먹는다.
다양한 종류의 차에 곁들여 에그 샐러드, 오이, 훈제 연어, 치킨 샐러드 등의 샌드위치를 먼저 먹는데, 이 때 샌드위치는 크러스트를 제거하고 4분의1 크기로 자른 미니 샌드위치 형태로 준비되며, 2층이나 3층짜리 고급 도자기 접시에 가지런히 담아서 나온다. 이어서 데번 크림과 잼을 곁들여 먹는 스콘, 그리고 끝으로 알몬드나 레몬 케익, 과자 등 가벼운 디저트로 마무리하게 된다. 오후의 간식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양이 많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점심식사 대신으로 티룸을 찾는 편이다.
티타임이라고 하면 왠지 르느아르 그림에 등장하는 꽃이나 레이스 달린 드레스와 챙모자 쓴 여인을 떠올리게 되지만, 실제로 최근 티룸을 찾는 사람들은 정장 차림의 직장인에서부터 꼬마의 손을 잡은 주부, 패션 청바지 차림의 청년 등 남녀노소에 구애되지 않는 추세다. 남성들이 티룸을 찾는 경우는 대개 안면이 없는 데이트 상대와의 첫 만남. 저녁 식사보다 부담 없고, 술집보다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 때문에 소개팅이나 첫 데이트 장소로 티룸이 부각되고 있는 것.
한편 여성들의 경우 단순한 만남이나 식사 목적 이외에도 결혼식을 앞둔 신부의 브라이들 샤워, 출산을 앞둔 임산부를 위한 베이비 샤워 등의 장소로 티룸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 또한 브런치를 하는 티룸이 늘어나면서 작은 가족 단위 식사도 인기를 끌고, 여자아이들이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모이는 생일파티도 가끔 열린다.
티룸 방문시 주의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6시
인원은 4~5명 적당, 예약 필수
티룸 방문 때 주의점은 대개 오전 11시나 11시30분 정도부터 오후 5~6시까지만 영업한다는 것을 알아두는 것과 예약이 필수라는 정도. 세트 메뉴로 미리 정해진 애프터눈 티를 원한다면 예약 때 미리 밝혀두는 것이 좋다. 또한 대개 테이블이 작기 때문에 특별한 그룹 모임이 아니라면, 여러 명이 가기보다는 4~5명 이하로 인원수를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드레스코드는 없지만 비즈니스 캐주얼이 적당하고, 가격이 높은 장소일수록 정장에 가깝게 입는 것이 좋다.
고은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