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노려의 매너와 스타일/ 아메리칸 드림 (2)

2006-01-12 (목) 12:00:00
크게 작게
로컬(Local)에서부터 미국 문화의 참 정서를.....

다른 나라 도시를 여행 갔을 때 문득 생각하곤 하는 것은, 나는 하나하나가 다 신기해서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는 이 거리를 그 나라 사람들은 그저 무심코 다니고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나는 별 생각 없이 바삐 뉴욕 시내를 다니지만, 벼르고 벼르다 이곳으로 여행 온 사람들에게는 이 뉴욕의 골목골목이 다 진귀한 관광의 대상일 것이라는 생각으로 가끔씩 새롭게 뉴욕 특유의 맛을 감상하기도 한다. 대형 미술관이나 유명한 관광장소가 많은 맨하탄뿐 아니라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에도 찾아보면 생각보다 많은 관광거리가 있다. 일상에 젖어 별 감흥이 없이 살고 있는 이곳이 그 옛날 동경하던 바로 그 ‘미국’인 것이다.

얼마 전 한국에서 동생네가 1년간 지내로 오는 바람에 동생네 가족에게 우리 동네를 구경시켜주게 되었고, 20년 넘게 웨스트체스터에 살면서도 가보지 않던 명소들을 찾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우리 집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카이컷(Kykuit)]이라는 라커펠러家의 저택을 구경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서부터 [라커펠러 재단]이란 소리를 흔히 들어왔고, 뉴욕에 오자마자 라커펠러 센터 앞 아름다운 화단에 앉아 보기도 했고, 아들이 어렸을 때에는 라커펠러 센터 스케이트 장도 데리고 갔고 또 유명한 크리스마스 트리도 여러 번 가서 봤지만 막상 라커펠러 가족에 대한 특별한 관
심을 갖지는 못했었다.


안내인의 열정어린 자세한 설명을 들으며 어마어마하게 큰 저택의 현관에서부터 부엌과 서재, 거실 뿐 아니라 피카소, 마티스 등 대가들의 작품이 가득 찬 지하실 화랑 그리고 라커펠러 1세가 어린 나이에 가족의 생계를 위해 처음 일터에 나간 날을 기념하여 매년 깃발을 올린다는 깃대가 세워진 아름다운 정원까지를 돌고 나니, 라커펠러가 라커펠러일 수밖에 없는, 대를 이어 내려오는 높은 인생관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비가 오는 날 어린아이들이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장소까지도 만들어놓는 등 자녀들에 대한 따듯한 배려와 자녀들이 꼭 스스로 일을 해서 번 돈으로 교회 헌금을 하게한 엄한 교육이 결과적으로 미국에서는 ‘부자’가 존경을 받을 수 있다는 배경이 된 것이고 또한 내가 한국에서부터 무작정 미국을 동경하게 했던 그 배경이 된 것이 아닐까. 요즘 음식 문화에 주로 쓰이는 옛 농사법으로 키워낸 식품에게 붙이는 ‘오가닉(Organic)’이
란 말이 점점 ‘로컬(Local)’이란 말로 바뀌어가는 추세라는 신문 기사를 읽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바로 내가 살고 있는 동네(로컬)에서부터 내 자식들이 앞으로 그들의 인생을 펼쳐나갈 이 나라의 참다운 정신을 하나씩 하나씩 내 것으로 소화해 내고 싶은 마음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