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랜드 래프랜드에 있는 산타 오피스. 산타 칼리지를 졸업해야 이곳에서 근무할수 있다.
각국 경쟁 속 핀란드 래프랜드가 가장 인정받는 산타의 고향으로 자리 굳혀
싸미족과 산타
산타가 어디에 살고 있느냐를 둘러싸고 지난 50년 동안 북극 근처의 여러 지방들이 스스로 ‘산타 원조’임을 자칭해 왔다. 알래스카, 그린랜드,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가 산타 경쟁에 끼여든 지방들이다. ‘산타 원조’ 타이틀을 가지는 마을은 관광객이 몰려 주민들이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산타는 비즈니스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미국에서는 산타가 ‘노스 폴’(North Pole)에 사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노스 폴’은 너무나 춥고 기상관측소만 있는 허허벌판이다. 하도 어린이들이 ‘노스 폴’을 찾으니까 알래스카주에 North Pole이라는 마을이 생겨났다. 페어뱅스 근처에 있는 마을인데 우편번호가 Alaska 99705, 전화번호는 907-488-2281이며 제프 제이콥슨이라는 사람이 시장이다.
이에 대해 가장 이의를 제기한 나라가 핀란드다. 무엇보다 알래스카에는 산타의 동반자인 ‘루돌프’(순록 사슴)가 없다는 것이다. 순록 사슴 키우는 것을 생업으로 삼고 있는 ‘싸미’족이 있는 핀란드 래프랜드의 ‘나파피이리’가 진짜 산타의 고향이라고 나섰다. 스칸디나비아의 원주민인 ‘싸미’는 핀란드뿐만 아니라 스웨덴, 노르웨이, 러시아 등 4개국에 걸쳐 살고 있다. 이들은 자치령 비슷한 자신들의 나라를 1996년 따로 건설했으며 국기와 애국가도 갖고 있다. 다만 외교국방만 자신들이 속한 국가에 맡기고 있다. 스웨덴의 경우 ‘싸미’족에 대해 토지 소유권 등 여러 가지 혜택을 주는데 ‘싸미’족의 자격을 “순록 사슴 목축을 생업으로 하는 자로서 스스로 싸미임을 선언하는 사람”으로 되어 있다.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는 치열한 산타 경쟁을 벌였지만 역시 산타 거주는 핀란드가 가장 어울린다는 인식이 지난 50년 동안 굳어져 유럽 어린이들은 이제 산타가 핀란드에 산다는 것을 의심 없이 받아들인다.
이에 고무된 핀란드는 수년 전 ‘나파피이리’ 마을에 산타 빌리지를 건설해 관광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시작했다. 이 마을에는 산타 우체국, 산타 사무실, 산타 칼리지 등이 있고 특히 산타클로즈가 거주하는 집을 산 속 깊은 곳에 마련해 놓았다. 산타 하우스는 썰매를 타고도 한참 가야 하기 때문에 방문자가 드물다. 핀란드의 ‘나파피이리’에는 1년에 평균 40만명의 관광객이 몰려들며 헬싱키 공항에 내리면 붉은 옷을 입고 나와 있는 ‘싸미’족들이 바로 래프랜드의 ‘나파피이리’로 안내하는 가이드들이다. ‘싸미’의 민속의상(사진)은 산타의 유니폼과 거의 비슷해 핀란드를 여행하면 “역시 산타의 고향은 알래스카가 아니라 핀란드”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싸미’의 민속 의상
순록 사슴 목축을 생계로 삼고있는 싸미족.
깊은 눈산속에 있는 산타가 살고 있는 집. <자료사진>
핀랜드의 산타 빌리지인 나파피이리 마을.
싸미족 청년의 전통적 복장. 이들의 민속의상은 산타 유니폼과 비슷하다.
래프랜드는 루즈벨트 대통령의 부인 엘레노아 여사와 이상한 인연을 갖고 있다. 엘레노아 여사가 1950년대에 이 지방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이 때 그는 “래프랜드는 산타의 고향으로 적격”이라고 말했다. 이에 고무되어 그 때부터 이곳 주민들이 산타 마을 건설을 꿈꾸게 되었다고 한다. 한편 산타 빌리지 건설을 영국의 공원전문 건설회사가 맡은 것에 대해 ‘싸미’족들의 항의가 있었으며 지금도 가끔 데모를 벌인다. 그러나 유목민인 ‘싸미’는 자본이 약해 산타 빌리지 건설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스칸디나비아의 인디언 격인 ‘싸미’족은 약 7만명에 이르며 노르웨이가 4만명으로 가장 많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이들의 언어가 8개로 나뉘어져 있어 ‘싸미’ 자치령을 이루고 있으면서도 자기들끼리 서로 언어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철 <이사>
clee@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