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고지식한 내딸

2005-11-29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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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희

다양한 인간관계속에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 다양한 삶을 사는둣 싶어도, 역시 엄마로서의 할 이야기가 많은가 보다. 둘째 딸이 운전면허 딴지 꼭 한달 만에 사고 같지 않은 사고를 내었다. 빨간 라인에 주차된 차를 미처 보지 못하고, 살짝 받은 것이다. 사고가 났을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여러번 말해준 덕에 딸은 그것을 잘 이해하고 있는데다, 고지식함 까지 더 했다.

순간, 그 나이의 고지식함은 참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 모든 정보를 교환하고, 자신이 상대의 차를 받은 실수도 인정하였단다. 그러나, 주차해서는 안되는 빨간라인에 차를 세운 그녀는 왜 실수를 인정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딸아이에게서 또 전화가 왔다. 상대방쪽에서 경찰에 리포트를 하겠으니, 딸아이에게 먼저 가란단다. 리포트를 할꺼라면 그곳에 있어야 하겠지만, “큰 사고인가”하고 물었더니, 그렇지 않은데 딸아이가 너무 완고히 원칙을 따지기에 그렇게 하겠노라고.


세상 살면서 복잡한 거 보다는 간단하게, 어려운거보다는 쉽게, 살짝 져주고 넘어 가면 편안해 진다는 걸 그나이에 어찌 아랴? 딸아이도 보험사에 포인트 올라 간들 좋을 리도 없고 해서, 견적을 내어서 보내주시면 개인적으로 변상해 주겠노라 하고 마무리를 지었다. 나는 큰딸도, 둘째딸도 운전면허를 따면 고속도로 운전까지 바로 시킨다. 마치, 절벽에서 제 새끼를 밀어내는 어미 같아 미안함도 때론 들지만…

어차피 평생 할 거라면 빨리 경험을 쌓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다. 운전이 무서워졌다며, 우는 딸아이를 꼬~옥 안고 보니, 안쓰러움과 미안함이 더 하다. 그래도 자식은 강하게 키워야지 하는 맘으로, 운전할 때 운전만 신경써야 하는데, 좀 더 신경쓰지 않은 것에 대한 경고였노라고… 작은 일로 큰 경험을 갖게 되었다면, 오히려 더 잘된 일이니, 좀더 주의를 기울이라며 등을 토닥여 주었다.

“엄마, 죄송해요. 그렇지 않아도 바쁘신데...” 엄마에게 일을 만들어 준 것이 미안함이다. 아이 셋이 성격이 다 다르다. 큰아이는, 남자보다 더 두둑한 배짱과 많은 친구관계를, 둘째는 항상 남을 배려하는 섬세함이 천상 여자, 막내아들은 웬만한 일에는 ‘몰라요’ 하며 남자다운 무거운 입을 갖고 있다. 천상여자인 그녀다운 배려이다. 며칠전 아이가 없는 후배의 전화를 받았다. “언니, 아이들이 다 컸네. 언니는 좋겠다. 자식이 셋이나 있어서.”

“ 그럼 좋구말구... ‘’ (아이들이 들을까 보아 , 작은 소리로) “근데, 무자식이 상팔자래 ” 우리는 깔깔 웃었다. 나는 그녀에게 내가 얼마나 행복한 엄마인지 차마 말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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