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노려의 매너 & 스타일/“향수”

2005-10-20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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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유로움과 멋이 풍겨오는 은은한 향내음

‘초밥 먹으러 갈 때는 향수를 뿌리지 않는다’.
언젠가 한국 인터넷에 뜬 광고 문장이다. 맞는 말이다. 낙지전골이나 오징어 볶음이라면 몰라도 짙은 향내를 풍기면서 아무 냄새가 없는 초밥을 먹는다면 초밥이 얼마나 맛이 없을까. 자기는 또 몰라도 마주앉은 사람은 더더욱 냄새 땜에 입맛을 버리게 될 것이다. 우리 한국사람 중에는 ‘음식에 꼭 향수뿌린 것 같다’면서 월남요리나 중국요리 또 멕시코 요리에 자주 사용되는 실란트로(cilantro)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 후각과 미각을 자극하는 ‘향’에 대해서는 무척 예민하게 반응하면서도 일반적으로 향내에 대해서는 무감각하고 별 관심 없는 편이다.

반면에 서양 사람들에게 향내는 기본적인 삶이 요소이다. 몸에서 나는 냄새를 없애기 위해 향수를 바르기 시작했다하지만 그보다는 향내로 인해 자극되는 후각으로 비롯되는 여러 가지 감정까지 느낄수 있는 향 그 자체를 즐기는 것 같다. 요새 시중에 나와 있는 향수의 이름은 수천가지. 유럽의 고급 의상 디자이너의 이름 향수서부터 향수의 이미지와는 맞지 않는 청바지를 파는 갭(Gap)이나 스포틱하고 캐주얼한 이미지의 타미 힐피거(Tommy Hilfiger) 등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브랜드 네임의 향수가 홍수를 이룬다. 광고도 요란한 온갖 종류의 향수들도 알고 보면, 젊은 여성이 좋아하는 과일향, 남성이나 주로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바다 숲 산등 자연의 내음, 나이든 여성들이 선호하는 꽃내음 등....크게 꽃, 과일, 바다, 식물, 수풀 그리고 인도나 중국의 향 등 6가지의 냄새로 분류가 된다.


머리가 아플 정도의 지독한 향수냄새는 물론 좋지 않지만, 누군가를 만났을 때 -남성이라면 더욱 더-상큼하게 풍겨오는 좋은 향내는 공연히 그 사람에게 호감을 갖게 해주는 요소가 되는 것이 분명하다. 무엇보다도 그 사람에게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여유로움과 멋이 있어 보인다. 얼마 전 우리 한국 사람들한테서 나는 마늘 냄새에 대해 쓴 적이 있는데, 몸에서 남이 싫어하는 역한 냄새가 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한걸음 더 나아가서 좋은 향내가 은은히 풍기도록 해보는 것도, 이제 익숙해진 미국생활에서 한번 실천해볼 만한 ‘업그레이드’된 삶이 아닌가 한다. 일단 자기가 좋아하는 냄새를 고르고 아침에 향수를 뿌리는 정도의 시간을 갖는 그 자세가 바로 먹고 사느라 허둥지둥하는 채 바퀴에서 살짝 빠져나오는 여유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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