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노려의 매너와 스타일/ 손수건

2005-10-06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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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매너, 나만의 멋을 찾을 수 있어..”
헤어지자 보내온 그녀의 편지 속에 곱게 접어 함께 넣은 하얀 손수건...
트윈 폴리오를 유명하게 만든 이 노래. 순정 가련 형의 여학생의 모습이 떠오르는 이 노래를 나도 무척이나 좋아했었다. 당시 여학생들에게는 그 하얀 손수건 자체가 바로 자기 자신과도같은 존재였는지도 모른다.
중학교 들어가자마자 첫 번째 수예 시간에 선생님은 하얀 손수건을 나누어 주시고 한 모퉁이에 작은 꽃무늬를 십자수로 놓도록 하셨다. 얼마 전 스위스를 여행하고 온 친구가 선물로 준 십자수가 놓여 진 정말 스위스다운 작은 손수건을 받고는 ‘이거...언제 쓴다고.’ 하고 서랍 속에 넣어두었다가 문득 손수건을 다시 갖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교 입학 식 때 가슴에 손수건을 달았던 기억이 있다. 그때 이후 요즘처럼 종이 냅킨이 흔하지 않던 때라서인지 ‘손수건’은 누구나 기본적으로 갖고 다녔던 필수품이었다. 어린 시절 다림질 할 때에 늘 여러 장의 손수건을 다리곤 했고, 친구 생일에는 으례 예쁜 손수건을 선물했으며, 대학 때 유학 가는 친구에게는 갖가지 손수건 여러 장을 차곡차곡 싸서 넣어주기도 했었다.

손수건을 고르는 일은 즐거운 일중에 하나였다. 뭐든지 인스턴트로 쉽게 쉽게 살아야만 했던 격동의 이민의 세월이 흐르면서 어느새 손수건이 내 생활필수품목에서 빠진지가 오래되었다. 좋아하지만 말을 걸 수 없어 남자 앞에 슬쩍 손수건을 떨어트릴 수밖에 없었던 순정의 시대는 지나갔으나, 살벌하기만 한 세상에서 손수건 한 장이 주는 역할이 클 것 같다. 맥도날드 종이냅킨을 여벌로 몇 개 더 집어 가방에 넣어두고 급할 때 쓰던 그 품위 없던 내 모습을 지워보고 싶은 것이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의 장 서랍에는 나처럼 쓰지 않으면서도 버리지 못해 모셔둔 손수건들이 한 두 장은 있으리라 생각된다. 또한 찾아보면 손수건을 파는 곳이 생각보다 많다. 남자들이라고 어두컴컴한 색이나 흰색의 손수건을 쓸 필요가 없다. 체크무늬, 꽃무늬, 가장자리가 레이스로 된 것 등등 손수건 한 장에도 얼마든지 자기만의 멋을 찾을 수 있다.

손수건이 가장 멋을 부릴 때는 바로 신사들의 양복주머니에 꽂힐 때이다. 그러나 손수건은 어디까지나 실용적인 물건. 식탁에서 코를 푸는 것이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서양식 에티켓이 있는데 동시에 강조하는 것이 절대로 식탁용 냅킨으로 코를 풀어서는 안 된다고 꼭 손수건을 사용하라는 것이다. 또한 냅킨으로 땀을 닦거나, 재채기나 기침이 나올 때 입을 가리는 것도 무식한 일로 되었음을 명심하자. 그러나 꼬질꼬질한 손수건을 꺼내든다면 손수건이 없는 것이 더 낫다. 손수건으로 땀을 닦던 코를 풀던 눈물을 닦던 한번 쓴 것은 꼭 빨아 늘 깨끗한 손수건을 갖고 다녀야 한다. 손수건이라면 역시 ‘곱게 접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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