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떠나고 싶은 마음
2005-09-30 (금) 12:00:00
임문자<자영업>
얼마전에 T.V.에서 전파를 타고 나왔던 가짜같은 진짜 이야기 하나.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던 20세 초반의 용감한 미국의 병사가 있었다. 월남에서의 복무가 끝나고 고향으로 돌아오기로 했던 그 병사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35년이 흘러간 후, 엉뚱하게도 지구의 반대편 호주에서 발견되었다.
어느날 그가 파킹 미터에서 돈을 꺼내다가 보안 카메라에 잡히는 바람에 그의 소재가 들어났는데, 전화 한 통이면 해결되었을 모든 소식을 단호히 단절하고 여러 곳을 전전하다 자리잡은 호주에서 비록 불법체류자였으나 그는 참으로 태평하였다.
35년이나 지난 후, 그의 소식을 알게 된 그의 어머니도, 젊었던 아내도, 이제는 성장한 그의 어린 두 남매도, 미국과 호주 두 나라도, 모두 모두 그를 용서하였다. 다만 그의 어린 아들은 아버지보다도 더 큰 모습으로 그리웠던 아버지를 만나러 호주로 달려 갔는데, 아들이 아버지를 찾아가야 했던 이유는, 법을 어긴 죄로 10개월의 감옥살이와 앞으로 호주에서 계속 체류하기 위한 법적인 신분을 마무리하는데 2년이란 세월이 더 걸렸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이웃 집 아저씨같이 보이는 그 병사는 무엇으로부터 탈출을 시도했던 것일가. 그리고 마침내 찾은 그 해답은 무엇이었을가. 인생이란 장소에 상관없이 똑 같더라. 뭐 그런 것이었을가. 타의에 의해 잠시 귀국했던 그는 17년간 함께 살아온 호주의 애인에게로 돌아감으로써 여러 사람에게 심려만 끼쳤던 그동안의 삶에 어떤 마무리를 지을 것이다.
진실을 말 한다면, 사람들은 누구나 한 번쯤 특별한 곳, 어디론가 떠나가고 싶다는 깊은 유혹에 빠지는 때가 있다. 그것을 실천한 사람 중에는 성철 스님도 있으며, 7년간 오지를 여행한 한비야씨도 있고, 북극으로 찾아간 아문젠, 배를 타고 서쪽으로 항해 한 콜롬버스도 있다. 그런가하면 인류를 위해 감칠 맛 나게 하는 많은 사람들, 예컨데 예술하는 사람들, 혹은 정글에서, 바닷속에서, 연구실에 상주하면서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세계에 도전하는 사람들도 몸은 그 자리에 있으면서 긴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과 같다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보통 사람들은 떠나고 싶은 맹렬한 유혹에도 불구하고 잘도 자기의 자리를 지키고 산다. 모범적인 시민의 자리를 확실하게 지키면서 헌신적이고 지루하기조차 한 의무에 너무나도 충실하다. 그리고 그 지루함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에는, 전시장이나 공연장으로 가서 예술하는 사람들과 공범이 되어본다. 단체로 환상의 열차를 타고 달린다. 그리고 공연이 끝나면 꿈에서 깨어나듯이 현실로 돌아와 하루를 또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이러한 속삭임도 들리는 듯 하다. 겢營탔 이 대지에서 한 발자국도 떠날 수가 없어요. 이 세상을 하직한다 할지라도 이 땅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지요. 당신이 만든 지상의 열쇠로 천상의 문도 열어야 한다니까요.‚
그러나 우리들은,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마음을 결코 포기하고 싶지가 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