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용 제트기 G4-SP 장진현호에 탑승한 승객들이 체스터 장(왼쪽 첫번째)씨의 선창으로 축배의 잔을 높이고 있다.
제트전세기 걸프스트림
‘장진현’호 탑승기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영화 같은 순간이 찾아올 때가 있다. ‘하늘을 나는 리무진’이라고 부르는 자가용 제트기(Private Jet)를 타고 라스베가스로 날아가 저녁 한끼를 먹고 왔던 반나절이 바로 그런 순간이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갔을 때 아무 생각 없이 지하도를 걸어나와 성 스테판 성당의 황홀한 야경을 처음 보고 온 몸에 힘이 빠져 털썩 주저앉았던 그날 이후, 프라임 제트사의 13인승 전세기 ‘걸프스트림 장진현호 탑승’은 또 하나의 특별한 순간이었다. LA-라스베가스 왕복항공요금만 1만2,000달러이니 승무원을 빼고 12명이 1,000달러를 내면 이번 주말이라도 당장 즐길 수 있지만, 메가 밀리언에나 당첨되지 않는 이상 억만장자라면 모를까 백만장자 정도는 누리기 힘든 호사스러운 삶임은 분명하다.
최첨단·초호화 기종… 세계 어디든 간다
복잡한 수속·대기 없어 ‘빠른 즐거움’ 만끽
라스베가스 관광, LA귀환 5시간 반만에 거뜬
날 탑승했던 걸프스트림 ‘장진현’호(GulfstreamIV-SP기종·2003)는 지난 연말 할리웃 스타 르네 젤위거가 영화 ‘브리짓 존스 다이어리2’ 홍보차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이용했던 바로 그 제트기다.
G4-SP는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의 전용 비행기인 걸프스트림IV(G4)와 기종은 같지만 고성능 고품격을 자랑하며, 애플(Apple)의 CEO 스티브 잡스가 보너스로 받았다는 걸프스트림V(G5)에 비해선 한 단계 낮은 모델이다.
길이 26.9m 높이 7.4m 폭 23.7m의 G4는 우선 내부 공간이 넓은 게 특징으로, 6피트가 훨씬 넘는 장신만 아니라면 기내에서 고개를 숙이고 다닐 필요가 없다.
프라임 제트사의 취향대로 맞춤 제작된 G4-SP는 실내 장식이 특히 고급스럽고 satcom 위성전화와 인터넷, 팩스 등의 커뮤니케이션 수단과 오디오 시스템 및 VCR, DVD 등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기본으로 갖추고 있다.
가장 궁금했던 G4-SP의 탑승감은 보잉747 대형점보기를 탔을 때와 별 차이가 없었다. 기장 릭 스나이더의 설명에 따르면, 경비행기의 최대 단점으로 꼽히는 소음과 진동을 최소화해 안락한 탑승감이 G4의 강점으로,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기업 탑10 가운데 9개 기업이 비즈니스 제트기로 사용하는 인기모델이라고 한다.
비행기 이착륙시 살 떨리는 공포감 때문에 온몸이 경직되는 나로선 ‘안전벨트 착용’ 신호가 들어오기 무섭게 10초도 되지 않아 이미 구름 위를 날고 있는 제트기가 무지하게 고마웠다.
조종석을 향해 앉았던 탑승자들은 푸른 창공밖에 보지 못했지만, 침대 소파에 옆으로 앉아 날아가던 내 눈에는 창문 너머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광경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지평선이 45°, 90°각도로 회전하는 광경이 롤러 코스터를 탄 듯한 스릴감을 만끽하게 했다.
이륙과 동시에 장진현호 탑승 축하 샴페인을 터뜨린 후, 승무원의 안내로 기내 구경을 시작했다. 우선 객실에는 90∼180°회전하는 1인용 가죽소파 6개, 마주보고 앉는 2인용 가죽소파 2개, 침대로도 쓸 수 있는 3인용 슬립소파, 그리고 집무용 탁자와 장식장이 있으며, 벽에는 17인치, 14인치 모니터 2대가 장착돼 있고 소형 모니터 6대가 내장돼 있다.
비행기 꼬리에는 와인 바가 있는 주방시설과 세면대가 딸린 화장실, 코트룸 겸 짐을 보관하는 널찍한 공간이 있고, 벽장마다 24시간 편의점보다 다양하고 고급스러운 물품이 가득하고 이탈리아산 고급 가죽에 24k로 도금한 장식들은 특급 호텔의 스윗룸을 그대로 옮겨온 듯했다.
와인 바만 해도 프랑스제 바카라(Baccarat) 크리스탈 글래스가 진열돼 있고 와인 5병은 족히 들어가는 와인 셀러가 있으며, 맞은 편 싱크대가 있는 캐비닛에는 커피메이커와 소형 오븐, 마이크로웨이브 등 따끈따끈한 풀코스 식사를 서브할 수 있는 주방 기기가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한가지 당황스러웠던 건 한 눈에 들어오는 조그만 화장실에서 변기를 찾지 못해 두리번거렸다는 사실. 알고 보니 변기조차 가죽시트로 살짝 덮여져 있었다.
오후 4시 밴나이스 공항을 출발한 제트기는 43분만에 라스베가스 공항에 도착했고, 활주로에서 ‘Follew Me’라고 쓰여진 공항밴으로 이동해 이그제큐티브 에어 터미널에서 하얀색 리무진을 옮겨 탔다.
힐튼호텔 그랜드 베케이션 클럽에서 10분쯤 여독(?)을 풀고는 베네시안 호텔 내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우아하게 저녁식사를 한 후, 딱 30분 슬랏머신 앞에 앉았다가 공항으로 이동해 다시 제트기에 올랐다.
기내에서 디저트를 즐기며 야경에 취해 있으려니 기장이 착륙을 알린다. 그 시각이 오후 9시30분. 이렇게 해서 5시간30분에 걸친 환상적인 항공여행은 막을 내렸다.
고가 걸프스트림 3대 보유
‘29세 CEO’
프라임 제트서
마이클 헨리게스 주니어
2001년 마이클 헨리게스 주니어가 설립한 전세기 운영 민간항공사 ‘프라임 제트’(Prime Jet)는 3,500만달러의 걸프스트림VI-SP 장진현호와 같은 기종의 제트기 3대를 소유하고 있다.
29세의 젊은 CEO 마이클 헨리게스 주니어는 18세에 파일럿 라이선스를 획득했고, 항공기 조정 및 정비 등 항공기에 관한 전문지식이 풍부한 경영주다.
헨리게스 주니어는 “현재 자가용 제트기 회사가 80개에 이르지만, 항공기 공동소유를 이용하는 타사와 달리 ‘프라임 제트’는 우리만의 제트기를 소유하고 있는 회사”라고 밝힌다.
항공기 공동소유란 고객들을 모아 항공기를 공동 구입하거나 탐 크루즈처럼 전용기를 소유한 부호들의 항공기를 대신 운영, 관리하는 프로그램.
주요 고객층은 정치인이나 외교관, 기업가, 할리웃 스타와 영화제작자, 운동선수들로, 출장이 잦고 시간이 생명인 최고경영자와 중역들에게 유용한 서비스로 인식되고 있다.
프라임 제트에서 장진현호를 대여할 경우 파일럿 2명과 기내승무원 1명을 포함해 시간당 6,000달러 가량을 지불해야 하며, LA-한국 왕복요금은 1주 대여 시 16만∼17만달러이다.
프라임 제트는 밴나이스 공항내 본부(16700 Roscoe Bl. Van Nuys)가 있으며, 문의는 (818)830-2829.
글 하은선 기자
사진 신효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