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손자 자랑
2005-09-27 (화) 12:00:00
정신자<주부>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자나 손녀를 지극히 사랑하는 것은 양육이나 교육의 책임감이 부모 처럼 전적으로 부여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큰 아들이 결혼하여 첫 손자를 보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만큼 귀여운 모습에 푹 빠졌다. 아기의 응석도 받아 주며 할머니의 즐거움을 누려보고 싶었는데 첫 돐이 지나고 얼마 안된 2년전, 아들이 오레곤주로 전근 발령되어 떠났다. 이사간 후로 두어번 방문 할적마다 무럭 무럭 자라는 모습이 제 애비 어릴적 모습과 닮아서 더 예뻐보이기도 했다.
한국에선 일찌기 손자 손녀를 본 친구들이 뫃이면 오르지 아이들 이야기에 식상을 하게 되고 드디어 벌칙을 정하기를 손자 손녀 이야기를 할려면 들어주는 상대방에게 돈(대가)을 지불해야한다고,,,, 그래도 끝없이 이어지는 자랑거리에 급기야 돈을 줄테니 제발 하지말라고 한단다.
작년, 남편의 생일에 자라나는 아기 모습을 담은 작은 사진첩을 며느리가 손수 만들어 선물했다.
미술을 전공한 솜씨답게 누가 보아도 예쁜 사진첩을 직장에 까지 가지고 가서 동료 여직원들에게 보여주니 보는 사람마다 환호 하며 칭찬하는데, 반들 반들 윤기나는 마루위를 기어다니는 귀여운 아기는 제쳐두고 새 마루가 넓고 아름답다고,,, 노오란 튜립이 활짝핀 뒷마당에서 키 작은 석상을 붙잡고 겨우 서서 찍은 앙증맞은 아기 모습보다는 이끼깔린 벽돌과 나이먹은 나무들이 운치를 이룬 정원이 인상적이라고 했다하여 많이 웃었다.
어느 가정이나 소중히 여기며 키우는 자녀들이지만 유독 내 아이만이 특출나게 돋보이는 부모 마음을 타인에게 전달하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보고싶던 아이가 지난봄 제 여동생의 돐잔치를 하기 위해 여기 왔었다. 으젓하게 자란 모습이 대견하여 껴안으면 그동아 떨어져 살아온 공백 때문에 낮설어 하고 제 어미 아비에게만 맴돈다. 돌아간후 청소를 하다가 테불 밑에서 그아이가 떨어트리고 간 미니 카를 보는 순간 눈시울이 젖을 만큼 보고 싶어 전화를 걸기도 한다. 이런 사정을 간파한 아들 며느리는 e-메일로 사진도 자주 보내고 음성이라도 들려 주려고 전화기를 대주면 피하기만 하던 아이가 어제는A B C D ,,,,,노래를 끝까지 들려 주어서 나를 기쁘게 해준다.
손자 손녀 예뻐해야 아무 소용 없다고 손사래 치는 친구야, 주책없이 또 자랑했는데 듣기 싫으면 규칙대로 돈낼 의향은 없는지? 귀여운 손자가 코랙션하는 장난감 “토마스 트래인”사주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