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자 이블린 글레니가 현으로 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Touch the Sound)
청각장애 연주자 글레니 스토리
스카틀랜드 태생으로 올해 40세인 그래미상 수상 타악기 연주자 이블린 글레니의 음악 창작활동을 1년간 지켜본 깊이 있는 기록영화다. 글레니의 연주가 더욱 감탄스러운 것은 그녀가 청각 장애자라는 점 때문이다.
나는 글레니의 연주를 몇 년 전 뮤직센터 도로시 챈들러 파빌리언에서 들은 적이 있다. 그녀는 무대 위에 놓인 각종 타악기를 분주하게 이리저리 뛰다시피하며 찾아 다니면서 정열적으로 두드리며 연주했는데 맨발이었다. 맨발로 소리를 감촉한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글레니는 이 기록영화에서도 “청각장애라고 해서 멜로디를 듣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면서 “음악은 가슴으로 듣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청각장애자가 훌륭한 음악을 작곡하고 또 연주도 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오래 전 베토벤에 의해 입증된바 있다.
‘이블린 글레니와의 소리의 여행’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영화는 그녀가 1년간 전 세계를 돌며 여러 종류의 악기를 다루는 음악인들과 함께 자신의 즐거운 소리를 만드는 모습을 찍었다. 글레니의 개인적 얘기와 함께 그녀의 음악에 대한 생각과 또 다른 음악인들과의 창조적인 관계 그리고 음악 연주등을 상세히 기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기쁨을 줄 영화다.
총명한 눈과 도톰한 입술 그리고 몸에 문신을 하고 자유롭게 풀어헤친 금발을 한 글레니는 매우 강단 있어 보이고 자기 생각을 분명하게 얘기하는 여자다. 소녀시절 청각을 잃은 글레니는 “ 내 전체 인생이 소리”라고 말한다. 그녀는 이런 신념을 드럼같은 전형적 타악기 외에 튜브와 술병과 술집 테이블 및 워키 토키등 모든 물건을 악기로 삼아 즉흥적으로 연주하며 실증해 보여주고 들려준다.
글레니가 뉴욕, 일본, 독일 및 캘리포니아 해변등 전 세계 16개 장소를 방문해 그 곳에 있는 특수악기를 다루는 음악인들과 함께 소리를 창조해 내는 과정이 매우 재미 있고 신기하다. 영화는 글레니와 즉흥 음악작곡가이자 기타리스트인 프레드 퍼스와의 여러 날에 걸친 녹음 장면을 중심으로 다양한 에피소드를 보여주는 식으로 진행된다. 토마스 리델샤이머 감독. 15일까지 뉴아트(310-281-8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