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비자금

2005-08-30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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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자<주부>

신문에 대서 특필되는 몇몇 전직 대통령의 구린 비자금을 숫자로 표시하면 “0”이 하도 길어서 셀수가 없을 정도이다. 차명계좌나 돈 세탁, 아니면 어린 손자들 이름으로 된 건물들이 들통나면서 빈축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유명 정치인이 아닌 나는 가족들이 모르는 약간의 비자금을 비축하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외식을 되도록 삼가하고, 계절따라 백화점을 찾지 않으며 ,귀가 따갑도록 선전하는 건강식품이나 피부 미용제, 주방제품등에 현혹되지 않고 절약하여 가까운 이웃들과 침목도 겸하며 계를 넣고 있다. 약간 무리한 목표액을 정해 놓고 은퇴전 까지 달성하기위해 노력하는데, 2년전에는 20여년만의 모국 방문이라는 미명아래 비자금의 일부가 체면 유지비로 지출되기도 했다..
어느날 바로 길건너집에 살던 노인이 돌아 가시자 곧바로 붙은 sale 싸인을 보고 욕심이 발동했다. 작은 아들의 봉급과 우리 부부가 약간만 도와주면 페이먼트가 될듯하여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남편과 같이 이것 저것을 꿰마추어도 집값이 하도 높아서 당장 다운페이 마련이 벅찬데 ,그럴수록 사고 싶은 욕심에 그만 그 숨겨진 비자금을 실토하고 말았다.
우리는 희색이 만연한 얼굴로 의기 투합하여 오퍼 단계에 이르렀는데 그집에 따른 건축상의 복잡한 문제점이 발견되어 뜻을 이루지 못한채 포기하게 되었다.
괜스레 내 비자금만 들통났다고 푸념을 하니 미소띤 남편은 원점으로 돌아가 전혀 몰랐던 것으로 여기겠다며 덧붙혀 매달 곗돈 마련하느라 고생했다며 부족하면 언제든지 도와 주겠다고한다. 뜻밖의 배려에 감사하며 내 비자금이 부부간의 신뢰를 쌓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큰 아이 대학졸업땐 마땅한 선물이 없어 초기의 비상금에서 만불을 썼다.아들은 눈시울을 적시며 융자 받지 않고 졸업한것만도 감사한데 졸업선물은 안 받아도 된다며 엄마의 노고를 치하했었다. 필요할때 요긴하게 쓰도록 당부 하였는데 그것을 시작으로 저축에 힘써 졸업후 3년만에 제 능력으로 집을 사게 되어 나를 흐뭇하게 했다.
앞으로는 자라나는 손자 손녀들에게 할머니의 위상을, 며느리들에게는 시어머니로서의 품위 유지비로 쓰여질 비자금이 비록 작은 것이지만 전직 대통령들의 비난 받는 몇백억들 보다 더 유용하고 가치가 있게 쓰여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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