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버려진 헌옷들

2005-08-27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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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혜(취재2부 부장대우)

관공서가 있는 도로 인근에서 우체통보다는 큰 박스들이 설치된 것을 볼 수 있다.아프리카 난민이나 불우이웃들에게 전달될 헌옷들을 넣는 박스들이다. 집에서 입지 않는 옷들을 모아 헌옷 박스에 집어넣으면 가난한 이웃들을 따뜻하게 해줄 수 있는 것이다.가끔 아파트 밖 쓰레기통들이 모여 있는 곳을 지나다 보면 멀쩡한 옷들이 버려진 것을 목격하게 된다. 그 옷들 중에는 한글로 된 태그(tag)가 눈에 띈다.

조금만 걸어가면 헌옷 박스가 있는데 걷기가 귀찮아서인지 잘 몰라서인지 옷을 쓰레기통에 마구 버리고 있다. 안 입는 옷이나 아이들 장난감들을 버리지 않고 이웃들에게 나눠주는 것이 생활화되어 있는 미국 가정에서 보면 이같이 마구 버리는 한인들의 행동은 좀 놀라울 수 있다.처음 미국에 와 한번쯤은 이삿짐 세일이나 차고 세일 같은 동네 세일을 찾아다니며 쓸 만한 물건을 아주 싸게 혹은 덤으로 얻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미국 생활 초창기 남이 쓰던 물건을 사용한다는 것이 꺼림칙해 마다했으나 구경하다보니 재미있고 이따금 쓸 만한 물건을 건질 수 있어 한동안 무빙세일을 열심히 찾아다닌 적이 있었다. 이사 나갈 때 웬만하면 불필요한 물건들은 다 버리고 가는 우리 한인들과는 달리 녹슨 티스푼처럼 그냥 버리는 것이 나을 것 같은 물건도 내놓는 미국인들의 알뜰함에 혀를 내두를 때도 있었다.


이사오기 전 끌고 오기 귀찮아 아래층에 사는 젊은 미국인 부부에게 오래된 LPG판 수십 장을 주니 횡재인 듯 좋아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지금 생각하면 수집품으로 모아 두어도 좋을 듯싶었다는 생각에 후회가 된다.
우리가 무심코 버리는 물건들이 아주 긴요하게 쓰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버리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 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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